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 한국투자부동산신탁(한투부동산신탁)이 PF사업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새로운 신탁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상품은 시공사가 분양률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받는 ‘분양불’ 사업장에서 분양 성적이 저조하더라도 공사비의 90%를 신탁사가 대신 책임지는 구조다.

2024년 1월 15일 경기 용인시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의 모습. /뉴스1

1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한투부동산신탁은 국내 분양불 조건의 PF 사업장에 시공사를 상대로 분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 공사비의 90%를 신탁사가 대신 지급하는 신탁 상품을 적용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이 상품은 ‘관리형 토지신탁’(관토)과 ‘차입형(개발형) 토지신탁’(개탁)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다.

분양하기 전까지는 PF 대출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면서 사업장을 관리하는 관토 신탁 역할을 담당한다. 분양 이후 분양률이 낮을 경우 공사대금 확보가 어려우면 신탁사가 총 공사비의 90%까지 시공사에게 대신 지급하는 개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상품은 일반적으로 국내 다수의 신탁사들이 수주한 ‘책임준공 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 신탁)과는 성격이 다르다. 준공에 대한 의무를 신탁사가 질 필요가 없고, 분양이 안됐을 때만 일부 공사비를 신탁사가 책임지는 구조여서다.

다만 시공사들은 분양이 100% 안 됐을 경우 신탁사가 지급하는 90%를 뺀 나머지 10%의 공사비에 대해서는 후순위 권리를 갖는다. 분양을 100% 완료해야만 시공사가 전체 공사비를 받아갈 수 있다. 한투부동산신탁은 사업장 리스크에 따라 신탁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할 예정이다.

한투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신탁사 입장에서 분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분양 사업성이 뛰어나고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분양불 PF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신탁 상품 적용을 고민하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들은 시공 능력이 뛰어난 데다 인지도가 높은 주택 브랜드도 각각 보유하고 있어 분양에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