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면서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단지들도 단독입찰 혹은 무응찰로 유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수주전을 예상했던 단지들도 규모나 수익성 문제로 건설사들이 소극적인 모습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날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강남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건설만 단독입찰하면서 유찰됐다. 개포주공 6·7단지는 총공사비 1조5319억원의 대형 사업으로 당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경쟁 벌일 가능성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적극적인 수주의지를 보인 현대건설과 달리 삼성물산에서는 확실한 수주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양사는 올해 초 한남4구역 재건축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인 바 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삼성물산 측은 오는 9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인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4일 진행된 잠실 우성 1·2·3차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서도 GS건설과 삼성물산의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GS건설만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방배15구역도 지난달 27일 첫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포스코이앤씨만 참여해 유찰됐다.
서울 정비사업지에서 반복되는 단독입찰에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봉천 제1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8일 총회를 열어 수의계약 입찰에 단독 참여한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단지 조합에서 입찰 조건을 변경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조합은 지난 7일 네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조합은 공동도급(컨소시엄) 불가 조건을 완화해 네 번째 입찰에서는 공동도급을 허용했다.
경기 침체로 출혈경쟁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당초 수주전을 예상했던 사업지에서도 유찰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지는 더 공을 들이고 영업면에서 우위에 있는 건설사가 보통 있다. 이런 경우 최근 경기 침체,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경쟁을 택하기 보다 중도 하차하고 다른 사업지를 노린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성이 좋은 사업지를 수주해야 해서 선별 수주 경향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여러 사업지에 뛰어들어 다 수주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지금은 건설사들 상황이 좋지 않아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있어 기존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강남권에서도 유찰이 발생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선별수주 기조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압구정 2구역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간 경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 연말 시공사를 선정하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성수1지구 정비사업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간 경쟁을 예상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들은 아직 선정까지 시간이 있어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강남에서도 유찰이 다수 발생하긴 했지만 압구정2구역처럼 서울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입지라면 사업성이 크기 때문에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금 수주전을 확신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했다.
조합들은 건설사가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내면 조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한 아파트 단지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빠른 사업 추진을 원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남4구역의 사례처럼 건설사들이 경쟁을 벌여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단독입찰로 유찰되면 사업도 지연되고, 수의계약을 맺게 되면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