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옥.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를 분양받고도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건설사에 적용하는 연체이율을 인하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의 도산 위험이 커지자 토지대금의 연체이율 인하를 통해 건설사의 부담을 덜기로 한 것이다.

14일 국회와 LH에 따르면 LH는 최근 민간 건설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토지대금 연체이율을 인하하겠다는 업무계획을 국회에 보고했다. 현재 토지대금 연체이율은 8.5%다. LH는 2023년 토지대금 연체이율을 기존 인하 폭은 1%포인트(p)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LH의 토지대금 연체이율 인하 결정은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부실이 심화돼 토지대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건설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이다.

LH 관계자는 “토지대금 연체이율 인하 계획이 잡혀 있다”며 “다만 인하 폭은 경영심의를 거쳐야 결정할 수 있는데 심의는 다음 주쯤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의 부담 저감을 위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본격화한 2022년 말부터 LH로부터 공동주택 용지를 분양받고 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당초 LH가 공급하는 공동주택 용지는 부동산 호황기 때 건설사들에 분양과 동시에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어 경쟁률이 치열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건설사들이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LH의 토지대금 연체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6조원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체 규모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토지대금 연체 규모는 2021년 2조689억원에서 2022년 3조8550억원으로 늘어난 뒤 2023년에는 6조9281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서울 시내 공사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의 모습. /뉴스1

이같이 토지대금 연체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건설사가 주택을 짓기 위해 LH로부터 땅을 사들였지만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토지대금을 치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분양받은 토지대금을 치르기 위해 PF 대출을 실행하려고 해도 10%대의 금리로 대출을 받기에는 건설사의 부담이 크다. 또, 분양 시장도 침체된 터라 사업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하려는 건설사도 많지 않다.

LH는 토지대금 연체 이자를 깎아줄 경우 건설사의 유동성에 숨통이 트여, 향후 부동산 시장 회복 시 주택 공급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LH의 재무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체이율이 내려가면 LH가 받을 수 있는 이자도 줄어들지만, 건설사가 주택 공급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연체대금을 갚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LH는 토지대금 연체 규모가 늘어나며 지난 2023년부터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외에도 LH는 건설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관 투자(66조원)의 33% 수준인 21조6000억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이는 전년보다 3조2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투자 금액 중 57%인 12조3000억원을 올해 상반기에 집행할 예정이다. 또, 올해 10년 이상 장기 미매각 토지에 대해 경매 등의 파격적인 매각 방식을 도입하고, 미매각 토지 활용 매입약정 방식을 확대해 미매각 토지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