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구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택 매입 수요가 토허제 해제 지역인 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으로 몰리며 거래가 떨어질 것이라고 실망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로 집값 상승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모든 지역의 규제를 한꺼번에 완화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서울시는 12일 투기 우려가 적은 지역을 대상으로 토허제 해제를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4개동에 위치한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허제 지정이 즉시 해제됐다.
다만, 서울시는 사업이 구체화 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구역과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지역 재건축 아파트, 공공재개발 34곳 및 투기과열지구(강남 3구, 용산구) 내 신속통합기획(재건축, 재개발) 14곳 등에 대해서는 토허제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토허제는 개발(예정)지 및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 거래시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토허제가 적용되면 주택은 2년간 실거주 목적인 매매만 허용하며 임대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어려워진다.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대상에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구역이 빠지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토허제 해제 기대감에 집값이 올랐는데 이번 발표로 제자리에 계속 묶여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 지역에서는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를 시작한 만큼 토허제 지정이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제가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오래 지나지 않아 토허제 지정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서 가격도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은 토허제가 유지되면서 시장 상황이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허제 해제된 곳에 주택 수요가 몰리며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 여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가 유지되는 곳은 이전과 규제가 똑같이 적용돼 별다른 영향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잠실·삼성·대치·청담 등은 실거주와 투자 수익을 위한 수요가 많다면, 압구정이나 여의도, 목동 등의 경우는 재건축 목적의 투자 수요로 (주택 매수의) 성격이 따르기 때문에 (토허제 유지가 결정된 지역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허제 해제가 되는 지역에 수요가 많이 몰리기 때문에 이 지역은 가격 상승의 여력이 있지만 토허제 해제가 되지 않은 곳은 그런 여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데 대해 집값 상승의 부작용을 우려한 탓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토허제를 한 번에 해제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에 대해 서울시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어 토허제 유지 지역을 남겨놓은 것은 정책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 지역에 대한 토허제 해제는 투기 가능성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 지역의 토허제를 현행과 같이 유지하되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등 투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해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라며 “관리처분 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분양신청이 종료되어 권리관계가 최종 확정되는 시기로, 투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