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아파트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부활시킨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단 한 건도 등록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등록 신청을 한 곳도 단 두 곳 뿐이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 제이비자산운용 두 곳이 CR리츠를 설립하고 영업등록을 신청했지만, 아직 등록 허가를 받지는 못했다. 각각 지난해 9월, 10월 신청을 한 이후 여전히 한국부동산원의 등록 심사가 진행 중이라서다. KB부동산신탁 CR리츠의 총 사업비는 550억원으로, 2022년 11월 준공 이후 계속해서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전남 광양의 아파트 497가구를 매입할 계획을 내놨다. 제이비자산운용 CR리츠의 경우 같은 지역의 아파트 약 500가구를 매입할 예정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현재 두 곳 이외에 등록 신청한 곳은 없다”면서 “두 곳은 사업구조 구체화를 위해 협의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CR리츠를 내놨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정부가 CR리츠를 꺼내 든 건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2500가구, 2014년엔 500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흡수해 사업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CR리츠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보장하기로 했다. 취득세 중과 배제(준공 후 미분양주택)와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세제 혜택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해 3월 28일부터 올해 12월 31일 사이 취득한 지방 미분양 주택에 국한된다. 또 리츠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 미분양 주택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모기지 보증을 발급해주기로 했다. 이 경우 대출금리가 낮아져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진다.
CR리츠 등록 수요가 적다는 점, 등록 심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은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확약 조건으로 CR리츠가 활성화 됐지만, 지금은 향후 아파트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어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의 경우 수요가 늘어날 지 확신을 할 수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역 건설사의 신용도, 사업성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CR리츠의 매입조건을 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더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