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전세에 들어가려던 40대 A씨는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을 가입하려고 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거절 당했다. ‘실거주 의무 3년’ 적용이 유예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경우 소유권 이전 문제 때문에 보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경공매 등을 통한 보증금 회수가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A씨처럼 실거주 의무가 유예돼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는 5만가구에 달했다.

정부가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도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지난해 보증기관에서 분양가 상한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을 잇따라 거절하면서 정부는 보증기관에 공문을 보내 세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적인 조치만으로는 보증기관의 보험 가입 거절 유인이 존재하고 보증사고 시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자 주택법 시행령을 전면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31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세입자 보호를 위해 HUG가 경매 가능한 금융기관 목록에 포함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국토부는 오는 3월 5일까지 이 같은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 제73조6에 따르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 소유자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경공매가 시행될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동의를 얻어 팔 수 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거주의무자가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HUG 역시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해당 채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경공매를 할 수 있는 금융기관에 포함되게 된다.

국토부가 이러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되면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최초 입주일’에서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주인은 곧바로 입주하지 않고 전세를 바로 놓을 수 있게 됐다. 대신 실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집을 팔 수 없는 ‘전매 제한’이 걸리는데, 이 부분이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의 걸림돌이 됐다.

지난달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게시된 대형 평수 매물 안내문. /뉴스1

HUG는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 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경공매 등을 통해 보증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그러나 전매 제한 규정으로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자 보증보험 가입 자체를 꺼린 것이다. 현행 주택법상 수분양자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LH의 동의를 얻으면 경공매를 진행할 수 있다. 당시 HUG는 법률에서 명시한 금융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거절로 전세 세입자 보호 문제가 불거지고 전세를 놓는 데 집주인의 어려움이 커지자 국토부는 법률 유권해석을 진행했다. 이후 HUG 등 보증기관에 “보증보험 가입에 적극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이후 이 같은 임시적인 조치만으로는 HUG의 보증보험 가입 유인이 떨어지고 채권 회수 또한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주택법 시행령 자체를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수도권 분양제 상한제 아파트의 전세 세입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가 3년 동안 임대차 계약이 가능한데,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시 경매를 시행할 수 있는 금융기관에 HUG가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보증사고가 발생해도 채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HUG에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가입을 잘 못해주는 측면이 있어서 경매를 시행할 수 있는 금융기관에 HUG를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도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