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현장 수가 급감하면서 시멘트업계에서 출하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시멘트기업들은 킬른(소성로) 가동을 중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계 기준 인허가는 27만3121가구로 전년동기(33만1263가구) 대비 17.6% 감소했다. 주택산업연구원 ‘2025년 주택시장 전망’도 인허가는 33만가구, 착공은 30만가구로 전망돼 2017년~2021년 평균인 인허가 54만가구, 착공 52만가구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현장이 줄면 현장에 사용되는 시멘트의 출하량도 감소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해 시멘트 출하량이 4419만톤(t)으로 전년(5096만t) 대비 약 11.8%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부터 꾸준히 5000만톤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년 만에 5000만톤 이하로 줄었다. 특히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2023년 5023만톤 대비 약 13.2% 감소한 4360만톤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등 악재까지 겹쳐 올해 이후에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중재에 나섰지만 시멘트 수입 추진, 건설업계의 가격 인하 요구 등으로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업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 수주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올해 뿐 아니라 내년까지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현재 업계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환율도 시멘트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시멘트의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하락했지만 환율이 치솟으면서 타격을 입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동북아시아 유연탄(CFR 동북아 5750㎉/㎏ NAR)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 t당 101.21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7.7달러 대비 14% 하락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 기준 1430원대로 지난해 1월 133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0원 가까이 올랐다.
이에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등 시멘트 기업들은 킬른 가동을 중단하거나 대보수를 늦추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성신양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멘트 수요 감소를 고려해 킬른 5기 중 1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1기는 장기 운휴 중이다. 한일시멘트는 6기 중 2기는 가동 중단, 2기는 보수 중이다.
시멘트제조사 관계자는 “일단 상반기까지는 시멘트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원가 절감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 등을 중단하거나 미뤄놓은 상황이고 킬른 가동을 중단하거나 대보수 시기를 늦춰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멘트제조사 관계자는 “재작년에는 거의 쉬지 않고 킬른을 가동했는데 올해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건설경기 침체와 함께 정치권 혼란 상황, SOC투자 감소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