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의 금융 및 부동산 환경은 경제성장과 부동산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위축됐고 투자자는 자산의 거시적 및 미시적 수요 동향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국 부동산 투자 기업 ‘GL캐피털파트너스(이하 GLCP)’의 토머스 홀 창업자 겸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저금리, 원활한 유동성 등을 제한하면서 금융 및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라며 “지난 5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완전히 안전한’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GLCP는 아파트를 비롯한 다세대주택에 투자하고 있으며, 운용 자산은 2조원이 넘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토머스 홀 GL캐피털파트너스 창업자 겸 대표 - 캘리포니아주립대 이스트베이 회계학,전 IGate 이사회 의장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부동산 시장은 어땠나.

“2019년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강세장이었다. 부동산 가치가 급등했고 대부분 자산군에서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양호했다. 다세대주택(임대 아파트 포함), 오피스 빌딩, 고급 호텔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온라인 쇼핑(전자상거래) 확대로 지역 쇼핑몰만이 고전하는 자산군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5년이 지난 현재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

“다세대주택은 여전히 강력한 임대료 상승을 경험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직장 및 임금 상승 비율은 생활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거 비용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주요 도심의 사무용 빌딩과 고급 호텔은 많은 기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투자 가치가 높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가.

“상당한 변화가 있다. 다세대주택은 기관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자산군이 됐다. 강력한 임대료 상승 때문이다. 반면 오피스 자산은 재택근무(원격 근무)와 유연 근무제 확산 등으로 공간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치가 급락했다. 동시에 온라인 쇼핑 부상으로 산업 및 물류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기존 리테일 부동산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거주 지역 선호에도 영향을 줬나.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거주 지역을 바꿨다. 쉽게 말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보호적이고 신중한 정부 정책을 채택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州)에서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정상적인 도시 기능을 유지하려 했던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로 이동이 많았다. 이런 이동은 부동산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인구 이동은 부동산 가치 변화에도 영향을 줬을 텐데.

“그렇다. 그동안은 이차 시장으로 간주되던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기존 일차 주요 도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뛰었다. 이런 변화는 최근 2~3년 내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 이를 사전에 예측하거나 계획하기는 불가능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대형 기관이 안전한 투자라고 여겼던 주요 도시 프라임 지역의 핵심 자산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상당한 가치 손실을 겪게 됐다.

이런 손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당시 자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더욱 확대됐다.”

기준금리 인하 등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기준금리 인하 등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금리가 서서히 오르는 추세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동시에 유동성을 대거 투입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특정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제한됐다. 이런 변화는 공급망과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자산 거품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이런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이후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랐는데.

“그렇다. 미 연준은 2022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다. 그로 인해 부동산 가치는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수요 측면에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도심 내 오피스, 리테일 부동산, 과잉 공급된 아파트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채권 및 주식시장의 부족한 유동성 문제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부동산 가격을 급격히 하락시켰다.”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은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금융 및 부동산 환경은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자자와 소유자에게 유리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환경은 수요 위축과 가격 하향 조정을 불러왔다. 특히 금리가 급등하면서 전반적인 수익률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투자자는 자산의 거시적 및 미시적 수요 동향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금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다.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에 대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기회를 얻었을 것 같다.

“자본력이 충분한 투자자에게는 큰 기회가 됐다. 이들은 부동산 수요가 최저점이고,시장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산을 쉽게 매입할 수 있었다.”

현재 시점에서 투자자에게 어떤 기회가 있을까.

“재택근무가 끝나면서 오피스로 복귀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신규 오피스 건설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 부문에서반등이 기대된다. 합리적인 가격에 오피스 공간을 구매하고, 리노베이션하거나 재임대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아파트 공급은 2025년에 크게 둔화할 수 있다. 2026년과 2027년에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일 수 있다. 주택 구매 비용과 임대 비용 간 격차가 전례 없이 높을 것이다. 임대료의 강한 성장세를 통해 이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부동산 시장이 얻어야 할 교훈은.

“지난 5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완전히 안전한’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한다.”

Plus Point

서울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악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서울 3층 이상 중대형 상가와 2층 이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각각 8.7%, 4.9%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4분기(8.0%, 3.9%)보다 악화한 수치다. 특히 강남 공실률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심각하다.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10.3%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4분기(8.7%)보다 1.6%포인트 뛰었다. 가로수길이 있는 신사역 인근 공실률도 같은 기간 9.6%에서 16.1%로 급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엔데믹 이후 급격한 금리 상승도 중요한 원인이다.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소비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어중간한 상가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