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재정비촉진구역(북아현2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이 일조권을 두고 소송전을 벌였던 ‘아현동성당’과 지난해 연말 극적으로 화해했다. 조합은 오는 23일 총회를 열어 아현동성당에 신축 비용 187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아현동성당은 지난달 30일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에 성당 신축비용 187억원(2024년 기준)을 지불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전달했다.

그래픽=정서희

아현동성당은 공문에서 “관리처분인가 후 최초 사업인가 시의 장소 또는 현위치 중 조합이 판단해 사업을 진행시켜 달라”면서 “어느 쪽이든 신축비용으로 2024년 기준 187억원을 성당에 지불하는 것을 합의 조건으로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이 안건을 총회에 상정해 조합원들의 의결로 가결된다면 서대문구청과 조합을 상대로 제기했던 모든 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아현2구역 조합은 당일 성당 측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전했고, 이달 2일 조합원들에게 성당과의 합의내용을 공표했다. 조합과 아현동성당은 2022년부터 일조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재개발 사업지와 인접한 아현동성당은 일조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조합과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1심에서는 조합이 승소했지만, 12월 18일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뒤집고 성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조합은 아현동성당과 천주교서울대교구유지재단에 ‘협의 요청 및 공식 사과’ 공문을 전했다.

북아현2구역은 대법원 상고까지 진행할 경우 사업 일장 차질과 소송 장기화에 따른 비용부담, 조합원들의 불만 등을 고려해 협의해 나선 것이다. 조합은 오는 7일 대의원 회의를 거친 뒤 23일 조합총회를 열어 ‘성당 신축의 건’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그간 성당과의 일조권 갈등으로 최악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취소까지도 고려해야 했던 조합은 이제 지체 없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재개발 사업의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둔 상황으로, 조합은 빠르면 상반기 중 인가를 예상하고 있다.

북아현2구역 조합 관계자는 “지난 연말 조합과 성당이 최종 합의에 이르러 그간의 갈등이 봉합됐다”면서 “관리처분인가가 나면 분양, 이주, 철거 등이 지체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북아현2구역 재개발은 북아현동 일대 지하 3층~지상 29층, 28개동, 2320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과 2호선 아현역을 끼고 있어 북아현뉴타운 가운데 알짜 입지로 꼽힌다. 시공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DL이앤씨 컨소시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