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가 기존에 계획했던 재건축 규모를 늘리기 위해 구청,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단지는 바로 옆 중학교의 등굣길을 구청이 재건축조합에 무상 양도했다는 논란으로 주민들에 의해 구청장이 경찰 고발되기도 한 곳이다.

방배14구역 주택재건축사업장과 인접한 이수중학교 정문(오른쪽)과 인근 빌라에 붙어 있는 항의 플래카드. / 사진 = 정해용 기자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방배1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서울시, 서초구청과 정비계획을 변경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장은 방배동 975-35 일원 2만7482㎡에 있는 현대빌라트를 재건축해 지하 2층 지상 15층, 11개 동, 487가구로 재건축하려고 계획했던 곳이다.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방배르엘’이 적용된다.

롯데건설은 당초 올해 말 방배르엘을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분양과 착공을 모두 미뤘다. 롯데건설은 방배르엘 착공을 2025년 하반기에, 분양은 2026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착공과 분양이 늦어진 이유는 기존에 계획했던 단지 가구 수를 늘리고 최고 층수도 높이기 위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과 롯데건설은 얼마나 많은 가구를 추가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정비사업안 변경을 위해 지난해부터 3차례 서울시 건축위원회를 진행했고 현재 정비계획 변경을 위해 유관부서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달 들어서도 서울시, 구청은 조합과 교통영향평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를 유발하는 사업 시행으로 인해 교통 장애 등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예측하고 대책을 구하기 위한 작업이다. 내년 상반기에나 이와 관련된 심의가 끝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방배르엘은 현재 인근 학교의 공공도로 폐쇄와 관련된 논란이 있는 사업장이다. 조합의 좌측에 이수중학교가 붙어 있는데 이 경계에 있는 공공도로인 효령로19길을 서초구청이 조합에 양도해 재건축 부지에 편입시켰다. 공공도로가 폐쇄되자 인근 주민들이 학생들의 등굣길과 보행로를 막는다며 반발했고 지난 1월 전성수 서초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와 시공사인 롯데건설 책임자를 방배경찰서에 고발(일반교통방해 혐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초구청은 “구청장 고발 사건과 방배르엘 재건축 지연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서초구청장은 14구역 재건축조합에 무상 양도한 효령로 19길을 주민에게 돌려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이 지역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분양이 이뤄져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 10일 DL이앤씨(375500)가 방배동 일원의 ‘아크로 리츠카운티’ 특별공급 청약을 진행했는데 69가구 모집에 1만7349가구가 접수돼 251.43대 1의 경쟁률 기록했고, 71가구를 모집한 1순위 청약에는 3만4279명이 몰려 48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방배동에는 현대건설(000720)이 짓고 있는 방배5구역(디에치 방배), 삼성물산(028260)이 재건축한 방배6구역(래미안 원페를라) 등 10여 곳의 재건축 사업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