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분양한 ‘디에이치 방배’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시공사 현대건설의 입찰 관리 소홀로 인해 높은 금리의 중도금 대출을 받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다른 단지들은 3%대 금리가 정해진 반면, 디에이치 방배는 4%대로 1%포인트 더 높은 금리가 책정됐다.
5일 디에이치 방배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디에이치 방배는 오는 12월 20일 하나은행, 수협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총 5개 은행으로부터 단지 중도금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수분양자들에게 이달 2~7일 동안 대출 자서(서류 작성)를 진행하고 있다.
단지 중도금 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 신규취급액(6개월) 10월 기준 금리 3.37%에 가산금리를 1% 적용한 결과 4.37%로 결정됐다.
이에 단지 수분양자들은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 분양한 다른 단지들보다 중도금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다른 단지들은 가산금리가 없거나 0.1~0.2% 수준으로 낮은 편인데 디에이치 방배는 가산금리가 1%로 높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7월 분양한 강남 래미안 레벤투스, 마포 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 성북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는 가산금리가 없거나 0.1%대에 그친다. 올해 8월 분양한 서초 디에이치 방배보다 1개월 이상 늦게 분양한 송파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역시 가산금리는 0.2%대에 불과했다.
디에이치 방배를 분양받은 A씨는 “래미안 레벤투스 3.40%,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3.61%, 마포 자이 힐스테이트 3.62%, 장위 푸르지오 라디우스파크 3.42% 등 올해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아파트들은 3%대 중도금 대출 금리가 나왔다”면서도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디에이치 방배만 왜 4%대의 중도금 대출 금리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단지 수분양자 B씨도 “전용 84㎡ 분양가 절반을 중도금 대출을 통해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가산금리 1%는 가구당 약 1300만원”이라며 “수분양자 1244명으로 확대하면 다른 단지에 비해 총 162억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디에이치 방배 수분양자들은 현대건설이 중도금 대출을 실행하는 금융기관들과 협상을 통해 금리를 인하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방배가 다른 아파트에 비해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기 때문에 항의가 많을 것을 우려해 공지를 미루다가 중도금 대출 계약일(12월 2일) 10일 전에 기습적으로 대출 금리를 발표했다”며 “마포 자이힐스테이트는 중도금 대출 계약일 몇 주 전부터 공지를 하고 금융기관과 협상을 거쳐 두 차례 조정한 결과 대출 금리가 기존 4.2%에서 3.46%까지 내려갔고, 올림픽파크포레온도 잔금 대출 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는데 디에이치 방배는 왜 이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디에이치 방배의 가산금리가 다른 단지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 주된 이유는 중도금 대출 금융기관 입찰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래미안 레벤투스 등은 지난 8월 말에서 9월 초 금융기관 입찰을 실시했는데 디에이치 방배는 그보다 더 늦게 입찰을 진행하면서 가산금리가 더 높아진 것”이라며 “정부가 가계대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시기와 겹치면서 간발의 차로 0.1~0.2%에 그치는 다른 단지 가산금리에 비해 현대건설은 1% 가산금리가 붙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일반분양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아진 것은 정부의 가계 대출 제한 시기와 맞물려 금융기관 입찰이 진행됐고, 대출 규모가 커서 입찰이 늦게 이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방배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중도금 대출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한다”며 “다른 단지들은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금액이 적은 데 반해 디에이치 방배는 금융사 5곳이 입찰에 들어와야 할 정도로 대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다수 금융기관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현대건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금융기관 입찰 일정은 조합과 분양 일정에 맞춰서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단지별 중도금 대출 규모와 입찰 시기에 따라 가산금리가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