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회사인 아람코가 자국 내 화학공장 건설 계획인 LTC(Liquid to Chemical)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이를 준비하던 국내 기업들도 노선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당장 건설업계 수주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중동사업 수주 전략에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8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 사빅이 라스알카이르 지역에서 추진하던 40만 배럴 규모의 정유·화학 플랜트(COTC)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이 설비는 석유화학 생산 비중을 50%까지 늘린 COTC다. 2022년 증설이 발표됐으며, 제품 수출을 위한 신규 항구 건설이 계획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안으로 고려됐던 주바일과 얀부 지역에 계획됐던 화학시설 세 곳의 이전 방안도 보류됐다. 이들 프로젝트는 LTC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정되는데, 사우디가 정유·화학 부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지역이 라스알카이르와 주바일, 얀부였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이번 프로젝트 재검토를 결정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이 기본설계(FEED)를 수행하고 내년 중으로 EPC(설계·조달·시공) 전환을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재검토함으로써 EPC 전환 가능성을 낮게 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대표적으로 삼성E&A는 하반기에 사우디 아람코의 LTC 관련 발주를 준비 중이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EPC 발주를 예상하고 있었다. 4개 화학단지에서 10~11개 크래커 발주를 기대했다.
이에 대해 삼성E&A 관계자는 “사우디 아람코 LTC 발주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단계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프로젝트 취소가 건설사들의 당장 수주 계획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의 수주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제시한 내년 상반기까지의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프로젝트 취소의 배경인) 사우디와 중국의 협력 관계가 깊어질수록 국내 건설사의 수주 입지가 좁아지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한 역량 육성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