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현장과 주택시장의 규제를 두고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삼중고’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가장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층간소음, 제로에너지건축물, 준불연소재 관련 규제가 꼽힌다. 업계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점점 엄격해지는 기준 강화에 준비가 한창인 건설업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건축물을 지을 때 적용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ZEB·Zero Energy Building) 인증 의무화’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규정을 맞추려면 태양광 패널을 외벽에 활용해야 하는데, 건설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빛공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물 외장재로 활용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 제품들이 일반적으로 빛반사가 심해 인근 건물에 빛공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ZEB 인증 규제로 공사비가 최대 4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건설업계의 고민이 늘고 있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이다. 2050년부터는 모든 건물이 1등급(에너지 자립률 100% 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 건설업체는 ZEB 5등급(에너지자립률 20~40%)을 충족해야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 했는데, 올해 초로 예정됐던 제도 시행을 1년 유예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 시행의 핵심은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 기술이다. BIPV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다. 땅이 좁고 고층 건물이 많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꼽힌다. 정부도 건축물에 설치하는 태양광 보조금 중 BIPV에 대한 지원비중을 13%에서 30~35%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풍력이나 수력 등 다른 친환경에너지 발전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태양광은 효율성이 좋아 ZEB에서 핵심 기술로 꼽혔다. 특히 최근 건물 외벽을 유리로 마감하는 ‘커튼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커튼월 외관을 태양광 발전 모듈 장착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사에서는 이 태양광 패널의 ‘빛 반사’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태양광을 흡수하기 위해 필름으로 코팅된 외관이 햇빛을 반사시켜 다른 건물에 빛 공해를 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이 일반 유리보다 빛반사가 덜하다고는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막상 건물을 짓고 보면 ‘안 보일 것 같은데’ 싶은 거리에서도 반사 빛이 비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태양광 패널의 무광처리 등을 통해 빛반사와 눈부심 현상을 최소화시키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패널 표면 반사를 방지하기 위한 코팅기술을 적용하고 무반사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광처리 제품을 사용하면 스크래치 발생이 쉽고 내구성 약해진다.
B 자재업계 관계자는 “내구성 문제 뿐만 아니라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물 외벽이 ‘반짝반짝’한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무광 제품은 오히려 수요가 덜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로 인근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주장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2011년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5.1%로 유리·플라스틱(8~10%), 붉은 벽돌(10~20%) 보다도 낮았다. 또 태양광을 많이 흡수할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지는 태양광 특성상 반사율이 낮아야 하기 때문에 빛 반사를 방지하는 코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건물에 붙이는 태양광 모듈의 경우 결국 유리를 입혀 마감을 하고, 일부 빛 반사라도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부담이다. 빛 반사 예방 시설을 설치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서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빛반사에 피해를 본 주민들이 손해배상소송에서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일부 승소했다. 같은 해 대법원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통유리창 건물로 인해 빛반사 피해를 입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빛반사가 적은 신기술 적용 제품을 사용했을 때 공사비 상승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제로에너지 건축물이 기존 건축물에 비해 공사비가 30% 가량 더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주택 공사비 역시 지금보다 4∼8%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로에너지 건축물의 최선이 BIPV 기술이라는 데는 업계에서도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용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에너지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반건물보다는 당연히 빛 반사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일반 옥상 태양광보다 건축비도 더 든다”며 “그러나 빛반사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아파트 같은 경우 공동 운영비를 태양광으로 줄일 수 있으니 초기 투자비용이 들더라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ZEB인증 의무화 제도의 일년 유예를 시행 직전에 결정하는 등 환경 규제로 인해 준비해야하는 것이 너무 많고 거의 매일매일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식”이라면서도 “제로에너지 건축으로 가야하는 방향은 맞지만 충분한 유예기간과 검토기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