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식당 앞마다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요. 상가 매물은 없다고 보면 되고, 2층에도 디자이너 브랜드나 작업실 같은 공간들로 계약되고 있어요. 특히 권리금이 최근 많이 뛰어 2, 3층도 6000만원까지 올랐어요.” (신당동 A 공인중개소 대표)

지난 27일 찾은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역 1번 출구 앞부터 서울중앙시장까지 골목은 가게마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차 앉을 자리가 없었다. 오래된 쌀가게, 곡식가게들이 즐비한 거리 사이사이에 칵테일바, 베이커리, 카페, 식료품점, 소품샵 등 20∙30대가 좋아할만한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젊은 유동 인구가 늘면서 신당동에는 ‘힙지로(힙하다+을지로)’와 같은 ‘힙당동’, ‘핫신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과거 유명했던 떡볶이 골목에서 벗어나 일부러 찾는 지역으로 변모한 것이다.

27일 신당역 인근 카페거리. 불이 켜진 칵테일 바 뒤로는 오래된 쌀 가게 등이 보인다. /오은선기자

기존에 있던 낡은 공장 골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테리어를 바꿔 유명해진 성수동이나 을지로처럼 신당동 가게들도 ‘요즘 감성’을 표방하고 있다. 신당동 골목의 대표적인 베이커리 카페인 ‘심세정’은 쌀 보관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만들었다.

바로 앞 ‘모구모구과자점’ 역시 오래된 기와 건물에 내부와 가게 앞만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기자기한 물품과 외국 식재료 등을 파는 소품샵 ‘핍스마트’, ‘세실앤세드릭’ 등도 바로 옆 쌀가게와 나란히 자리잡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중앙시장과 쌀가게 거리 등 이 일대가 을지로나 성수동 등에 버금가는 상권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1층 상가 대부분이 도매상가, 쌀가게, 창고 등이라 규모가 크고 층고가 높아 임차인들이 들어오기 편리한 공간이 많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이 근처에 있어 배후 수요가 탄탄하고 떡볶이 등 상권을 대표하는 가게로 찾아오는 수요가 여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교통이 편리해 유동인구 유입이 쉽기도 하다.

27일 신당동 카페거리 일대 대표 카페인 '심세정' 입구로 20대 여성들이 들어가고 있다. /오은선기자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최근 들어 임대차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허름한 건물들이지만, 서울 중심에 있다는 장점을 살려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많은 셈이다. 인근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가 매물은 없어서 못 보여줄 정도”라고 했다. 다만 월세와 보증금, 특히 권리금이 최근 많이 오르면서 거래 자체가 많지는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근 C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오늘만 5팀 정도 상가 매물에 대해 물어보고 갔다”면서 “59 ㎡ 정도 되는 상가 시세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정도인데, 권리금만 50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엔 목 좋은 가게를 3.3㎡당 1억5000만원에 매매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가구점이나 쌀가게 중에는 기업 수준으로 매출을 내는 곳도 있지만, 적자가 나는 곳도 많아 이 일대가 앞으로 2~3년 안에 완전히 다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는 매매 가격이 더 오를지는 조금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밸류맵에 따르면 신당동의 단독∙업무상업시설 3.3㎡당 매매가격은 2018년 2600만원에서 2021년 6100만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는 5560만원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힙당동’ 메인 거리는 행정구역상 흥인동과 황학동으로 구분되는데, 황학동은 2020년 5270만원에서 2022년 7265만원까지 올랐지만, 거래 건수 자체가 지난해와 올해 10월까지 각각 17건씩으로 많지 않다.

최근 수치를 보면 조금씩 오르고는 있다. 심세정 베이커리 카페 근처 1층 건물은 지난 8월 대지면적 43.3㎡가 14억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원 수준이다. 지난 4월 바로 인근 건물은 대지면적 50.6㎡가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3.3㎡당 9500만원 이었다. 옆 건물 역시 4월에 3.3㎡당 9600만원 수준으로 대지면적 148.9㎡이 43억6000만원 상당으로 거래됐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아직까지는 ‘힙당동’으로 소문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연도별 데이터가 유의미하지 않고, 시장 분들이 보수적이다보니 매매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요즘 젊은 세대는 간판이 없어도 공간을 찾아가기 때문에 개발 가능성은 커보인다”고 말했다.

27일 신당동 카페거리 일대 소품샵. 옆에는 오래된 쌀 가게가 있다. /오은선기자

다만 신당동 일대가 성수동 같이 서울의 메인 상권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골목이 더 확장돼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심세정 베이커리부터 서울중앙시장 입구까지 220m 남짓 되는 골목이 가장 주된 상권이다. 안쪽으로는 가구거리가 넓게 조성돼 있는데, 메인 거리가 짧고 좁아 가구거리까지 상권이 확장될 지 불투명한 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시장과 연계성도 고려해야할 점이다. 서울중앙시장은 현대화가 진행되긴 했지만 아직 재래시장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을 시장 상권으로까지 연계할 수 있는지 여부도 상권을 단절시키지 않기 위해 중요한 요소다.

이 팀장은 “망원시장처럼 개방감이 있으면서도 시장과 상권이 연계되는 느낌으로 가야 둘 다 성공할 수 있다”며 “시장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힙당동 느낌을 살리면 확정성도 생기고 오래 상권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