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발행하는 주택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금액이 연초 설정한 목표액의 90% 수준까지 차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점에서는 PF 보증서 발급을 보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건설사에 PF 보증서를 요구하는 은행이 늘어난 여파다.
◇ ‘미분양 리스크’에 PF 보증서 수요 늘었다
26일 HF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PF 대출 보증금액은 약 3조2600억원이 소진됐다. 올해 HF가 목표치로 잡아 놓은 PF 대출 한도는 4조4000억원이다.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나면서 소진된 한도는 90%에 육박한다는 게 HF의 설명이다.
HF 관계자는 “최근 집계를 해보니 보증금액 3조9000억원에 대한 보증서가 발급됐다”면서 “일상적인 수준이라면 3조원 전후로 소진됐어야 정상인데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PF대출을 해주는 은행에서 보증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 보증서 발급이 급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보증서는 주택건설사업자가 분양을 목적으로 주택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프로젝트 금융 방식으로 받는 대출에 대하여 지원되는 보증이다. 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두 곳에서 발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사업 초기 시행사는 사업부지 매입과 인·허가 등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단기로 융통하는 ‘브릿지론’으로 조달한다. 은행의 사업비 승인 이후 착공부터 준공 전까지 필요한 자금은 PF대출을 통해 마련하고, 브릿지론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대출 승인과 PF 보증서 발급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최근 1금융권의 시중은행이 PF 대출 심사를 사실상 중단하는 등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PF 보증서 발급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전엔 시공사가 튼튼하고 분양성이 좋다고 판단되면 보증서 없이 대출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미분양 리스크가 커져 은행에서 보증서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건설업계는 “사실상 발급 거절”이라며 ‘발 동동’
연초 설정한 보증금액 목표치에 빠르게 다다르자 HF는 부랴부랴 목표 한도 수정에 나섰다. 연말까지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 예정인지 파악하고 공급여력을 확인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HF 지사에서는 건설사의 PF 보증서 발급을 보류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일부 건설사에서는 이미 은행에서 대출이 승인된 상태였는데도 HF에서 보증서를 발급해주지 않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HF에서 ‘보증한도가 소진돼 발급을 멈췄다’며 보증서 발급을 거절했다”면서 “이미 은행에서 승인된 상태에서 보증서가 나오지 않으면 브릿지론을 20%에 가까운 높은 이자율로 이용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사업장이 경매에 넘어가게 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HF는 “공식적으로 중단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HF 관계자는 “보증한도 목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분양이나 건축을 해보지 않은 신규 업체, 분양일정이 나중에 있는 업체 같은 경우 보증서 발급을 후순위로 미루면서 발생한 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보증서 발급 보류가 사실상 거절이라며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HF에서 보증한도를 조절하고 있다며 재심사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아무래도 미분양이 늘고 부동산 시장이 안좋다보니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HF의 결단이 하루 속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기에는 (부실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증 한도를 늘리는 것 자체로 문제가 있고, 보증서 발급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매우 위험한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바뀐 금리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