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입찰에 신중해지자 리모델링 후발주자로 등판한 건설사들이 뜻밖에 수혜자가 됐다. 리모델링 사업장에 입찰을 하는 건설사들이 줄면서 이 시장에 진출한 지 반년 만에 첫 단독수주를 눈 앞에 둔 곳도 나왔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창사 이래 첫 리모델링 단독 수주를 앞두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염창무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1월 리모델링 전담팀을 신설하며 시장에 뛰어든지 약 반 년 만의 첫 수주다.
염창무학아파트 시공사 선정은 지난 8일 진행된 현장설명회와 1차 입찰에 한화건설만 참여하며 실패했다. 한화건설은 이후 19일 두 번째로 이뤄진 현장설명회에도 단독 참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 자격은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건설사에게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단지는 올해 초 리모델링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접수할 당시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던 곳이다. 염창무학아파트 리모델링조합에 따르면, 당시 DL이앤씨가 단지 내 리모델링 추진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고 고급 주택브랜드 ‘아크로’ 적용까지 제안했었다.
염창무학아파트는 강서구 염창동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단지다. 1999년 3월 준공된 이 단지는 최고 18층, 5개 동, 273가구로 이뤄져 있다. 용적률이 322%로 높아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지는 수평·별동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통해 총 29가구를 늘릴 계획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아직 시공계약을 맺기까지 여러 단계가 남았지만, 염창무학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되는 것은 올해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한 회사로서는 큰 성과”라며 “최종 시공사로 선정되면 이 수주를 발판으로 리모델링 수주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쌍용건설의 손을 잡고 리모델링에 진출한 SK에코플랜트도 첫 단독 수주를 앞두고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뜨리에체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이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 SK에코플랜트가 단독 입찰한 것이다. 조합은 다음 달 중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지난 1월 도시정비사업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리모델링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후 지난 5월 리모델링 전통 강자인 쌍용건설과 컨소시엄 형태로 인천 부개주공3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지만, 단독으로 수주한 경우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건설사들이 사업 진출 초반에 단독 수주를 한 비결로 경쟁이 사라진 정비사업장 분위기를 먼저 꼽는다. 시멘트 등 원자잿값 상승과 분양시장 한파로 건설사들이 경쟁을 자제하자 후발 주자들이 사업권을 확보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120여 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사업장 중 시공사 입찰 때 건설사 두 곳 이상이 참여한 곳은 약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코오롱 아파트, 이촌동 강촌 아파트 등 입지가 좋은 리모델링 사업장들도 경쟁 입찰 없이 시공사를 확정했다.
리모델링 수주 경험이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의 경우, 기존 주택을 모두 허물고 짓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 건설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좋은 조건을 내걸었겠지만, 도시정비사업장에서 경쟁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한 몫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