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전체가 원가 상승에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어요. 1분기 실적에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죠. 2분기가 되면 영향이 더 가시화할 테고요.”(A건설사 관계자)
이달 말부터 발표될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멘트·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사의 비용 부담도 커진 탓이다. 1분기에 더 심해진 원자재 가격 인상의 여파는 2분기 이후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시공평가능력 10대 기업 중 상장사 6곳(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9769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 1조6531억원보다 40.9% 줄어든 수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8867억원에서 올해 4225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나머지 업체들도 각각 20~30% 정도 줄었다. 6개사의 영업이익은 총 1조1769억원으로 4.1% 줄어들 걸로 전망된다.
6개사의 1분기 매출 전망치는 19조17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7조6419억원)보다 7.8% 증가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주택 사업 규모가 성장했는데도 수익성은 악화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주요 원자재의 가격 인상을 한 가지 원인으로 꼽았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우려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영향”이라고 말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건설 현장의 주요 자재인 철근, 시멘트 등의 가격 상승과 (추가) 인상 가능성은 대선 이후 주요 건설사의 실적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해외 신규 수주 확대, 신사업의 가시화 등을 통한 수익성 방어 여부가 (향후 실적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철근, 시멘트 등 주요 원자재 비용은 매출원가의 10~20%를 차지하는 걸로 알려졌다. 제철사가 건설사에 공급하는 철근의 가격은 1년 전 이맘때 톤당 80만원대에서 꾸준히 올라 이달 초엔 기준 40% 비싼 114만원에 형성됐다. 2014년부터 동결됐던 시멘트 가격 역시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7년 만인 지난해 7월 7만8800원으로 5.1% 인상됐다. 유가 상승으로 물류 비용 부담도 늘었다.
원자재발(發) 실적 타격이 이번 1분기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1분기에도 멈추지 않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184개 업체로 구성된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건설사들에 기존 계약된 공급가의 20% 인상을 요구하며 오는 20일 현대건설 전국 공사현장 40여곳에서 무기한 공사중단(셧다운)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멘트의 경우 가격 인상 7개월 만인 지난 15일 쌍용C&E가 15.2% 인상한 톤당 9만800원으로 추가 인상해 공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증권업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직후 공사가 일시 중단된 것과 안전인력을 보강해 인건비가 상승한 것도 1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걸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