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실행될 수 있을까…
윤석열 당선인이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 10일 확정되면서 그가 제시한 부동산 공약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 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 상당수가 실제 추진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들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나 금융위원회 등 각 정부 부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용적률 상향조정 등을 포함한 주택 공급정책이나 생애 최초주택 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부동산 세제 등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공약들은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1주택자나 상속과 같은 사정으로 다주택자가 된 이들을 위한 세제 개편은 민주당 공약에도 있었다는 점에서 큰 어려움 없이 실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가장 난관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일원화해 이중과세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약이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 완화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수도권광역철도(GTX) 노선 신설 등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비롯해 거쳐야 할 것이 많아 새 정부 임기 안에 완공까지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 주택공급 확대·대출규제 완화 등 추진 가능할 듯
주택 공급정책은 국토교통부 재량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큰 틀에서 이견이 없었던 만큼, 민주당에서도 새 정부의 정책에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은 전국 250만 가구 이상, 수도권 130만 가구 이상 신규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중 200만 가구는 민간 주도로, 50만 가구는 공공주도로 만든다. 공공 물량에는 ▲청년원가주택 30만호 ▲역세권 첫집 20만호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역세권 재건축 용적률 500% 상향과 같은 용적률 인센티브 강화 공약도 국토부 결정사항이다.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단계 면제, 공공임대주택 50만 가구 공급도 마음만 먹으면 추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금융당국이 결정할 사항인 대출규제 완화 또한 취임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공약으로 분석된다. 정부 결정사항이 아닌 공약 중에서도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 등의 공약은 이재명 후보 측에서도 유사한 공약을 내놓은 바 있어 야당의 반발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
공약 작성에 참여한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회 의석 다수가 민주당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정부부처의 힘만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주로 공약에 담았다”면서 “비교적 가까운 시일 내 바뀔 부분이 많다”고 했다.
◇ 세제 완화 일부는 진통 예상… 종부세·재산세 일원화는 난관 예상
반면 세제 관련 공약은 대부분 국회 의결사항으로 당장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나 종부세 완화 공약을 민주당 측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커서다.
윤 당선인은 ▲종부세-재산세 통합을 통한 이중과세 해소 ▲세부담 상한율 완화(150~300%→50~200%) ▲공정시장가액비율 95%로 동결 등을 내걸었다. 이 중 세부담 상한율 완화와 공정시장가액 동결은 시행령 개정사항이다. 국회 동의없이 국무회의만 거치면 수정이 가능하다. 보유세 부담이 새 정권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결사항으로 야당의 동의가 필요한 데다, 국세인 종부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를 통합할 경우 지자체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어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부세를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배분받고 있는 재정 여건이 낮은 지자체들은 반대에 나설 것이고, 국회 관련 법 개정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2년간 배제하기로 한 공약도 실현까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일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고자 했지만, 민주당의 당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공약집에는 담지 못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1주택자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세금 부담 완화 공약은 비교적 쉽게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여·야 이견이 없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는 현재 1주택자에 적용되는 취득세 세율(1~3%)을 단일화하거나 적용 구간을 단순화하겠다고 했다. 또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취득세 면제 또는 1% 단일세율을 적용한다고 했다.
◇ GTX 확대 공약, 임기 내 착공 목표가 현실적
GTX 확대 공약은 최대한 빨리 추진해도 임기 내 착공 정도가 가능할 전망이다. 시간이 소요될 공약이란 뜻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김포·고양 등 1기 신도시를 통과하는 GTX A 노선과 C 노선, D 노선을 연장하는 한편, 수도권 남부와 서부를 지나는 E·F 등 2개 노선도 신설하기로 한 바 있다.
GTX 확대 공약은 국회 의결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예비 타당성(예타) 조사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고 예산 확보 문제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삽을 뜬 GTX A노선의 경우 사업계획 수립에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 민자적격성 조사 등을 거쳐 착공에 이르기까지 7~8년이 소요됐다. 개통 목표도 점차 연기돼 최소 2028년에 완공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B, C, D 노선은 아직 착공도 못했다.
심 교수는 “GTX의 경우 예타 통과문제도 있고 관련 예산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