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김포 장릉 인근에 짓고 있는 검단신도시 아파트가 문제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다른 현상변경 허가 심의 과정에서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관을 확인하러 장릉에 올랐다가 검단신도시 신축 현장을 발견했다는 것인데, 문화재 인근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건축물이 꼭대기층까지 올라갈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점에서 관리체계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 지어지고 있는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 세 곳에 대해 최초 인지한 시점은 지난 5월쯤이었다. 김포 장릉 인근에 다른 개발업자가 공동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반경 500m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개발행위를 하려면 현상변경 허가를 득해야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장릉 인근에 다른 공동주택 현상변경 허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검단신도시 아파트가 장릉 경관을 가리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늦게라도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조치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재청이 검단신도시 아파트에 대해 인지하게 된 것은 인근에서 현상변경 허가를 실패했던 개발업자의 ‘민원’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허가 절차에서 6번이나 고배를 마신 한 개발업자가 ‘왜 우리는 안되고 저기(검단신도시)는 되느냐’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문화재청이 뒤늦게 확인했다는 것이다.
대방건설과 금성백조주택, 대광건영이 짓는 34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는 지난 2019년 초에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어 2019년 말 분양을 마친 뒤 신축 공사에 들어갔다.
바꿔 말하면 개발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하고 2년반, 실제 공사 현장이 차려지고 1년반 동안 문화재 보호구역 내의 개발행위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현상변경 허가 등 절차를 올려 보내지 않으면, 한정된 인원 여건 상 모든 개발행위를 인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 세 곳은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과 이에 대한 건설사들의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교차하며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행정법원은 대방건설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인용 결정을, 금성백조주택과 대광건영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방건설은 해당되는 9개 동의 공사를 재개했고, 금성백조주택과 대광건영은 30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두 회사는 즉각 항고를 제기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3개 사업장이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개별 심의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포 장릉의 경우 건축물 최고 높이 20m 이상의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한 바 있다.
건설사들은 2014년 인천도시공사가 땅을 매각할 당시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해 저촉사항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인천 서구청도 건축심의 과정에서 추가적인 현상변경 허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아파트 철거’로 결론이 내려지던, 아파트 단지를 존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던 간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파트가 철거될 경우 3400여가구의 수분양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되고, 아파트 단지가 그대로 남게 되면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왕릉의 경관이 상당 부분 훼손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검단신도시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입주자 모집 이전이나 적어도 공사 초기에 문화재법 위반 사실을 고지했다면 지금처럼 상황이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택지개발 과정에서 현상변경 허가를 받고, 착공 시점에는 이를 생략한 사례가 더 없을거란 보장이 없는만큼 문화재청과 지자체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