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 것이냐 말 것이냐.’ ‘종부세 부담을 완화할 것이냐 말 것이냐.’
4·7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이 드러난 이후,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정책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토교통부의 새 수장의 임명을 앞두고 잡음은 커지고 있다. 4일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뚜렷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각종 의혹까지 불거지며 신뢰성마저 잃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새 장관이 마주해야할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현재 정부와 여당, 서울시도 주택 공급 방안으로 꼽히는 민간정비사업 규제 완화 여부를 놓고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재건축 시장은 이미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잠재울 유일한 카드로 ‘대규모 공급'을 꼽고 있다. 그러나 새 장관 임기가 1년인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로선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정책 기조를 뒤집는 것인데다 단기적인 집값 상승이 불가피하다. 자칫 ‘실책’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종부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종부세는 애초 취지와 달리 1주택자 중에서도 점점 납부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는 혼선이 일고 있다.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해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진 상황이다. 기존 지지층을 놓칠 수 있다는 해석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오는 6월을 기점으로 주택 시장 불안이 커질 요소가 곳곳에 있어 우려는 더 크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한 효과가 사라질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로부터 시세보다 가격을 낮춰 내놓는 ‘절세매물’을 유도하려했던 정부 의도와 달리, 4월 현재 주택 시장의 큰 변화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6월 1일 과세기준일 이후에는 절세 매물마저 나오지 않으면서 공급이 마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월부터 도입되는 전월세신고제 등의 영향으로 임대료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공급 만큼은 기존 정책 기조를 뒤집어서라도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영끌을 비롯한 매수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대기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 공급이 지속된다는 정책 시그널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전문가는 “대선을 앞둔 정치 여건을 보면 공공 주도 주택공급정책이 동력을 잃고 바뀔 여지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장관이 손에 아무런 카드를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맨손으로 전장에 나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지금 공공으로 하느냐, 민간으로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이 제대로 늘어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노형욱 후보자가 주택정책 전문성이 없는데다 공직자로서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현재 노 후보자는 위장전입, 세종시 특별 분양 아파트로 인한 ‘관사테크’, ‘부인 절도’, 차남의 ‘실업급여 부정수급’ 등의 의혹이 연이어 제기된 상황이다.
앞서 변창흠 전 장관의 경우 대규모 주택 공급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내놓고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으로 신뢰를 잃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위장전입 전력이 있는 사람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으로 두고 정부를 더 이상 못 믿겠다는 부정적 목소리가 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의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새 장관 임명을 계기로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분석해 이를 감안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면서 “정부 말만 믿고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가 혜택은 사라지고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사람들, 집값이 급등하면서 세금 폭탄을 함께 맞게 된 1주택자 등 시장의 목소리를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