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치러진 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집권 5년만에 다시 정권을 내준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사에 이례적 기록을 남기게 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진행된 대선에서 정권교체 후 5년만에 야당에 정권을 내준 첫 사례가 된 것이다. 1987년 이후 2012년까지 정권교체 후 5년만에 돌아오는 대선에서 여당 계열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패턴이 깨진 것이다.

이에 ‘10년 주기 정권교체’의 전례를 처음으로 깬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87년 이후 한국은 한 명의 대통령이 임기를 단 한 번만 수행할 수 있는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집권당을 기준으로는 5년씩 두차례의 임기를 지내는 모습을 보여왔다. 노태우-김영삼 이후 김대중-노무현, 그 후 이명박-박근혜, 다시 그 후 문재인 등 같은 정당 계열에서 대통령을 연속으로 두 번 배출한 뒤,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패턴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열린 2017년 5월의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한 민주당 정부가 2022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서 정당 기준으로도 ‘단임’에 그친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심판’의 원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취임 당시의 약 2배가 됐는데, 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20대와 30대 상당수가 지지 정당을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꿨다는 해석이 나온다. 집값 상승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은 서울 표심의 변화도 눈에 띈다.

그래픽=손민균

◇ 부동산과 전쟁 벌인 文정부…결과는 25전 25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심판 정서에 패배했다는 것은 서울 지역 투표 결과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1.2%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5.8%)를 5.4%P(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윤 당선인은 전통적인 국민의힘 강세지역인 강남 4구 외에도 동작, 영등포, 양천, 마포, 용산, 성동, 광진, 동대문, 종로구에서도 이겼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에 유탄을 맞은 지역이다.

2020년 말부터 여권에서는 ‘부동산은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팽배했다. 경제논리를 외면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공급 실기(失期)로 이어지며 수도권 집값이 오르던 상황에서,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전세계적으로 유동성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 더해 2021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무엇보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국회 180석을 확보한 여권이 그해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의 임대차 3법을 졸속 입법하고, 그 부작용이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진 과정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는 지난해 4월 7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의 오세훈 후보가 57.5%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바탕이 됐다.

여권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대선을 맞자는 분위가 대세가 됐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부터 지난해 5월 10일 취임 4주년 연설에서 국정 운영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에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대선 캠페인 기간 여러차례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도봉산 입구에서 가진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잘못했다. 저도 아프게 인정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대출 및 재건축 규제의 내용을 담은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공공주도 주택 공급방안을 담은 2021년 2·4대책까지 총 25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고 본다. 그런데도 2021년 10월까지 집값 상승세는 계속됐다. 스물다섯 차례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뜻에서 ‘25전 25패’라는 말도 나왔다.

그래픽=손민균

◇ 文정부 5년 간 서울 집값 84% 폭등…강남은 122% 치솟아

문 대통령의 말처럼 ‘부동산 가격’이라는 성적표는 너무나 분명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 5억2670만원이었지만, 임기말인 지난 1월에는 9억7050만원으로 84.26%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017년 4월 10억750만원에서 2022년 1월 22억3750만원으로 122.08%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전임 정부 임기 중에는 찾기 힘들다. 한국부동산원의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노무현 정부 임기말인 2008년 2월 91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임기말인 2013년 2월에는 81.4까지 하락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끝날 무렵인 2017년 4월에는 완만하게 상승해 96.5을 기록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2018년 10월 108.8, 2020년 10월 128.6, 2021년 10월 169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2019년 이후 악화되기만 했다. 한국갤럽이 2021년 9월 28~3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긍정 평가한 응답자는 6%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79%. 한국갤럽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평가는 2017년 8월 8~10일 긍정 44% 부정 23%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2018년 9월 11~13일 조사에서 긍정 16%, 부정 61%로 급격히 악화됐다. 이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2019년 3월 19~21일 조사 때는 긍정 32%, 부정 41%까지 평가가 개선되기도 했지만, 집값 상승폭이 커지자 평가는 다시 악화됐다.

이번 대선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2030세대의 실망도 이 때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2021년 9월 조사를 연령별로 나눠 보면 30대 응답자의 85%, 18~29세 응답자의 81%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40대와 50대 응답자 중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 비율은 각각 71%, 76%로 20~30대에 비해 작았다.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평가/ 한국갤럽

◇ 집값 급등 실망한 2030·서울에서 정권교체 여론 높아져

결과적으로 2030세대의 표심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움직였다. 20대 대선을 한 주 앞둔 2022년 2월 28일~3월 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8~29세에서 21%, 30대에서 40%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이는 과거 2017,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 연령대에서 얻은 지지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19대 대선을 한 주 앞둔 시점인 2017년 5월 1~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29세에서 43%, 30대에서 51%를 얻었다. 18대 대선을 한 주 앞둔 시점인 2012년 12월 10~1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19~29세에서 62%, 30대에서 53%를 얻었다.

집값 상승으로 타격을 직접 받은 서울의 여론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2022년 2월 28일~3월 2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서울에서 이재명 후보는 34%, 윤석열 후보는 41%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는 10년전 양강 구도에서 민주당이 서울에서 다소 우위를 보이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서울 개표 상황을 보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51.42%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이에 당선인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8.18%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 왼쪽부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선DB, 박상훈 기자, 장련성 기자, 이덕훈 기자,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