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며 5년만에 여당이 됐지만 의석 수는 106석에 불과하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을 해서 3석을 추가하고,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재보선 선거에서 확보한 4석을 더하더라도 113석에 불과하다.

현재 의석수로는 당장 정권 초대 국무총리 인준도 어려울 수 있는 유례없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이 거대 여당에 가로 막히는 ‘식물 정부’가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의 협치를 어떻게 풀어갈 지가 향후 국정운영에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는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의석 106석,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보유하고 있다. 여당이 전체 의석 중 차지한 비중이 35.9%인 반면, 지난번 총선에서 역대급 승리를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의석 전체의 절반 이상인 58.1%를 보유 중이다. 국민의당과 재보선에서 당선된 의원을 포함한다고 해도 전체 의석수 40%에 못 미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외 다른 야당과 모두 연대하더라도 123석을 확보하는데 그친다. 이는 ‘전례없는 여소야대’로 평가받았던 지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 상황과도 비교된다. 민주당은 당시 120석으로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107석)을 앞섰다.

결과적으로 새 정권은 당장 총리 인준도 어려울 수 있다.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최소 148명의 의원이 출석해 74명의 의원이 동의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석 수를 더하더라도 이에 한참 못 미친다.

그래픽=손민균

여야간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으로 쟁점이 대립하는 법안은 더 엄격한 조건이 붙어 과반수 보다 많은, 재적의원 5분의 3(177석)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또 구속력은 없지만 초기 내각 정통성 확립을 위한 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과반(148석)의 동의가 필요하다.

반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재적의원 5분의 3(17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 지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종결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의석 수 172석에 더해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5석)을 더하면 177석이 돼서다. 또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과반인 148석이 필요한데, 민주당 의석은 이를 훌쩍 넘는다.

이런 유례없는 여소야대 상황에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10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진행자가 ‘윤 후보가 식물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라고 묻자 “그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 사례를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이겼는데 서울시(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일을 수행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에 중앙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2년도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당장 민주당과의 협치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도 10일 당선 소감을 전하며 “새 정부를 준비하고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유세를 하면서도 “민주당의 양식있는 정치인과 멋지게 협치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협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 당선인이 벤치마킹해야 할 게 포용과 협치의 리더십”이라며 “야당 인사를 많이 만나서 상황 설명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첫 번째로는 인사가 중요하고 두 번째는 정보가 중요하다”며 “인사를 할 때 얼만큼 야당 인사들을 많이 포용해서 탕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요한 정보를 야당과 계속 공유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으로서도 이런 협치 제안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발목 잡기’에 나서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식물 대통령이란 결국 ‘야당이 협조하지 않겠다’가 전제인 것인데 그건 야당에게 오히려 패착”이라며 “당장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는데 야당이 계속해서 총리와 장관 인준 등을 해주지 않고 발목을 잡는다면 역풍이 야당한테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