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 “그 정도는 알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전날 밤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답변을 들은 안 후보가 고개를 가로짓는 모습이 포착된 데 대해 이같이 설명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양당제와 불공정을 타파하겠다며 ‘야구 배트’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이날 부산지역 유세에 나선 안 후보는 오후 12시 10분쯤 부산 중구 광복동 패션거리에 주황색 야구 배트를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기호 4번인 안 후보가 ‘위기 속에서 나라를 살릴 4번 타자’가 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영화 ‘친구’ 속 대사인 “마 고마해라”를 외치며 배트를 휘둘렀다.
이어 유세차에 오른 안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 대해 “사실 제 실력 반밖에 안 썼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그 전까지는 다른 후보들에 대해 예의를 지키려 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비전과 정책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더라.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며 “그래서 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짚으려고 토론에 임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대통령은 다 알 필요 없다. 머리를 빌리면 된다’는 말 있었다. 그러나 그건 수십년전 사고방식”이라며 “전세계 선진국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국가지도자는 없다. 지금은 한 분야에서도 다방면의 전문가가 있다. 21세기 대통령은 어떤 전문가의 머리를 빌릴 것인가 하는 머리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를 겨냥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하고), 그러면서 나라 망가지는 것, 저는 그것 막으려 나왔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전날 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대답을 듣다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은 이유에 대해 “저는 그 정도는 알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는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안 후보의 질문에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보안사항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이날 오전 유세에는 안 후보의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동행했다. 안 후보와 같이 흰 점퍼를 입은 채 유세차에 오른 김 교수는 “남편 안철수는 27년 전에 정직한 사람이 돈을 벌고 기업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많은 사람들은 1년 안에 망할 거라고 말했지만 안랩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가 됐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은 부정부패하고 권모술수에 능해야지만 정치를 잘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안랩처럼 보여주겠다”며 “정직하고 부정부패 하지 않아도 정치를 잘 할 수 있다. 안철수가 바로 그 길을 트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