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양 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통 큰 단일화”를 말하며 안 후보 측의 ‘결단’을 촉구했고, 국민의당은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했다.

13일 인천 송도의 한 차량광고업체 차고지에 주차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선거운동용 버스(아래)와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차량광고업체에서 제작 중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 모습(위). /연합뉴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에서 안 후보의 제안에 대해 “단일화 방식에 있어 안 후보 제안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여론조사 단일화 시 ‘역선택’ 가능성을 우려했다. ‘나꼼수’ 출신 방송인 김용민씨는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 지지자들에게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조직적으로 ‘역선택’에 참여해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게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 본부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질 소모적 논쟁이야말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일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훼방을 놓고 어떤 무도한 공작과 농간을 부릴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가장 확실하고 바른 길이 무엇인지 헤아려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진 후보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반면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권 본부장이 말한 ‘역선택’ 우려에 대해 “이미 지난번에 (국민의힘이) 다 썼던 방식”이라며 “달리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들 방식에 대해 2~3일 안에 판단을 못한다면 의사가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상식적으로 오래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며칠 안에 국민의힘이 안 후보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본부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이라는 것은 국민의당 국민의힘 경선 방식에는 없는 조항이다. 그것으로 윤 후보도 대통령 후보가 됐고, 이준석 대표도 당 대표에 당선됐다”며 “서울시장 선거 때에 나경원 의원이 역선택 방지 관련 문제 제기했을 적에 아무 이상 없다고 그걸 기각시킨 것도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그런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를 통해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 대선을 완주하는 것이 안 후보의 목표라면서 국민의힘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본부장은 “단일화는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가 빨리, 상생의 관점에서 이걸 풀어나가면 행정적인 절차는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 여론조사 기관만 설정하면 되는 거니까, 오래 걸릴 일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이걸 가지고 갑론을박하면 국민들 단일화 피로도가 높아질 것 아니겠나. 저희는 그런 단일화라면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단일화를 위한 양측의 물밑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왜 없는 사실을 가지고 자꾸 흔드느냐”며 선을 그었다. 이 본부장은 “실무협상이 진행됐으면 합의된 것을 두 후보가 발표하는 거지, 어저께 후보께서 그렇게 제안하셨겠나”라며 “어저께 후보께서 말씀하신 것은 실무 협상이나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