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에 나서는 각 당 주자들 가운데 시장과 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출신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현직 장관이 직을 던지고 출마한 경우도 있다. 현행법상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반드시 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정치적 입지와 상황에 따라 사퇴에 대한 결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청년취업사관학교 도봉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교육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 시장은 오는 13일 서울시정 핵심으로 삼은 '약자동행'을 상징할 수 있는 곳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뉴스1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공직선거법상 광역단체장이 대통령 궐위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전 30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즉 대선 후보는 5월 4일까지 현재의 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역대 대선 때마다 공직자들의 대선 경선 출마로 시·도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동안 치러진다는 점에서 ‘행정 공백’ 우려는 덜 한 분위기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1차 경선 통과자가 오는 16일 발표되기 때문에 상당수 주자들이 일주일 만에 복귀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행정 공백 우려를 언급하기엔 이번 대선이 유독 짧다”며 “1·2차 컷오프를 감안하면 소위 자리 비우는 기간은 더 짧다”고 했다.

대선 경선에 나서는 시장과 도지사는 통상 연차를 활용했다. 이철우 경북지사 역시 연차를 내고 경선에 임하고 있다. 최근 산불피해가 컸던 터라 지사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오히려 대통령이 되면 우선과제로 해결하겠다며 적극 방어하고 있다.

실제 이 지사는 이날 오전 대선 출사표를 내면서 이번 산불을 ‘기후변화로 인한 국가적 재난사태’로 규정했다. 이 지사측 관계자는 “피해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지자체 해결 범위를 넘어 중앙정부가 관할하게 된다”며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 부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직을 유지한 상황에서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어대명(어차피대통령은이재명) 기조가 확고한데 굳이 지사직을 던지는 벼랑 끝 전술을 택할 이유는 없지 않냐”고 했다. 김 지사는 경기지사 자격으로 트럼프발 ‘관세전쟁’ 대응차 미국 출장을 가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직을 유지한다. 오 시장은 과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1년 만에 중도사퇴한 경험이 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1·2차 컷오프를 거쳐야 하는 등 최종 후보가 될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대선 경선 출마 발표를 서울시정 핵심으로 삼은 ‘약자동행’을 상징할 수 있는 곳에서 하겠다고 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참모진들이 과거 서울시장 재직시 곁에 있었던 사람들인 것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무상급식 트라우마가 작용하지 않겠냐”고 했다.

반면 출마를 선언하면서 직을 내려놓은 주자들도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당시 고령인데다 이미 3선 국회의원과 2선의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터라 ‘정치생명 연장용’ 아니냐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임명자가 탄핵된 상황에서 굳이 장관직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는 셈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출마 선언을 하면서 시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평소 홍 시장이 늘 마지막 기회라는 말을 해왔다는 점에서 시장직 사퇴는 예상했던 바”라며 “대구시장이 중앙정치와 직결되는 자리도 아니지 않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