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보수진영 내부에서 제기되는 6·3 대선 출마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대행은 일단 오는 15일 접수가 만료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소속 후보 출마 선언 후 후보 단일화 과정을 밟는 선택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보수 지지층 내 ‘한덕수 대망론’이 여론조사 지지율 확대로 실제화하고 있어, 한 권한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총리실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의 공식 일정은 다음 주까지 공백없이 잡혀 있다. 이번 주에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 경과 보고를 받는 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경정예산 정부안 심의·의결 절차도 남아 있다.

국민의힘 당규상 한 권한대행은 사퇴하지 않고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 권한대행의 일정을 고려했을 때, 15일까지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대선 경선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경선과 관련해 ‘특혜는 없다’고 천명하고 있는만큼, 한 대행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다만 ‘무소속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공직선거법 53조에 따르면 공직자가 대통령 궐위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도 “한 권한대행으로부터 출마 관련 이야기를 들은 건 없다”고 했다.

이날 대선후보 적합도 부분에서 한 권한대행이 3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도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8.6%로 3위에 올랐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대상에 한 대행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위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48.8%의 지지를 얻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0.9% 지지율로 2위였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한 권한대행이 시민사회 원탁회의에서의 추대 등으로 국민의힘 선출 후보와 투샷 경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본선 경쟁력이다. 최 평론가는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재명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에서도 여론 조사 결과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지지율이 꽤 높게 나와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이 출마 의사가 없다고는 하지만,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외면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은 ‘한 대행의 역할은 안정적인 국정 관리’라며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 김문수 전 장관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이 그만두면 또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된다)”며 “한 권한대행이 출마를 위해 그만둘 경우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시장 측은 “국정 안정의 책임이 있는 한 권한대행은 출마할 수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제가 아는 한 권한대행은 언제나 분별 있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분”이라며 “그런 분을 흔들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한 권한대행은 국내 서민경제, 외교, 관세를 포함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집중해도 버거운 형편”이라며 “거기에 집중하시고 이번 대선에서 제대로 공정하게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도록 열심히 관리하시는 것이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그간의 통상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네트워크 등을 십분 활용해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소임’이라는 말을 두고 ‘한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 뜻을 밝힌 것이냐’는 혼란이 일기도 했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불출마 메시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관세 대응을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