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대단히 유감”이라며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적잖이 당혹스러워 하는 기류다. “사법부의 정치성향에 따라 재판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기초과학발전과 이공계 재도약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6/뉴스1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 선고를 “예상 밖”이라고 평가하며 대체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 기초과학자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사안으로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허위 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이 정치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 대표는 같은 사안인데도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제가 법조인 입장에서 봐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이 부분 허위인지 아닌지 판단 내려서 논란 종식시켜주길 바란다”며 “대법원에 가면 파기 환송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2심 판결에서 사법부의 정치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판사 개인의 성향이 직업적인 양심을 누르고 판결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 이 대표가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문제라고 봤다. 권 원내대표는 “국토부가 성남시의 압력이나 협박을 가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며 “명백한 허위사실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법조인의 양심을 갖고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 성향에 맞춰 재판했다는 반증”이라고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이 대표 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6·3·3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 잡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바로잡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잡혀야 한다”고 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을 향해 “이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국민적 여론마저 나아질 거란 기대는 하지 말라”며 “이 대표가 ‘전과 4범’이라는 사실과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를 앞두고 ‘피선거권 박탈형’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이 대표는)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 정도 형량이면 항소심에서도 피선거권 박탈형이 예상된다”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당내 의원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대표를 지냈던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꼼수의 달인 이재명 앞에서 또다시 이 나라의 법치가 무너지고, 사법정의가 사망했다”며 “‘거짓말은 했는데 허위사실 공표는 아니’라고 판시했던 ‘50억 클럽’ 권순일의 생뚱맞은 종전 대법원 판결의 데자뷔”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상식적 법 지식과 법 감정에 어긋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결에 과연 국민이 얼마나 수긍하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은 이날 이 대표에 대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이르지 못해 범죄사실 증명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1심의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모두 허위 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