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5일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철골 구조물을 무단 설치한 데 대해 “해양 안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탄하며 정부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해당 사안에 침묵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야당이 장외투쟁에 당력을 집중하는 동안 ‘안보 이슈’ 주도권을 쥐며 압박하는 모습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국의 서해공정 긴급대응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무단 설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중국이 어업 활동용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사실상 해양 알박기에 나섰다”며 “이는 과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하고 이를 거점으로 영유권을 주장했던 전략의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구조물이 단순한 민간용이 아니라 석유 시추 감시 활동이 가능한 반고정식 플랫폼 형태라는 점”이라며 “서해를 중국화하기 위해 해양 전략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서해공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의 이번 시도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해양 안보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정부에 중국의 즉각적인 구조물 철거 요청과 강력한 외교 조치를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나경원·박덕흠·김미애·임종득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나 의원은 “이 문제를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경우에는 우리가 묵인하게 되는 것”이라며 여야가 함께 결의안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나 의원이 발의 예정인 결의안(중국의 서해 구조물 무단 설치 규탄 및 즉각 철거 촉구를 통한 서해주권 수호 결의안)초안에는 “대한민국 국회는 중국이 한중어업협정상 양국간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구조물들을 설치한 행위는 대한민국의 서해상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행위임을 규탄한다”며 “중국의 이러한 행위가 하등의 중국의 해양권익 주장의 근거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정부에 해당 구조물들의 즉각적인 철거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구조물 무단 설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해당 사안에 침묵하고 있는 야당을 비판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이에 대해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한 조치가 없는 사이) 중국 정부는 2024년 선란 2호까지 설치했다. 친중 정책으로 일관한 문재인 정권의 안이한 대응이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는 사태까지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중국이 우리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일이 민주당 정권 때 시작됐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외면하고 있다”며 “국가를 위한 이 대표의 진심을 보여달라”고 했다. 회견에 동참한 윤상현 의원은 중국에 즉각적인 철거를 요청하고, 중국 측이 이를 거부할 경우 비례적 대응 차원에서 한국 정부도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국민의 생명과 영토 주권이 걸린 중대한 사안 앞에서도 계속 입을 닫고 있다면, 야당 대표 자격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격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번에도 친중 행위를 반복하며 중국에 머리를 숙일 것인지, 아니면 우리 주권 수호를 위한 국민의힘의 결의에 함께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여권 잠룡들도 가세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중국은 정체불명의 철골 구조물을 세워 우리 해역을 야금야금 침범하고 있다. 미국 랜드(RAND) 연구소 지적대로 중국은 ‘회색지대’ 전술로 10여 년간 바다공정을 해왔다. 철골 구조물을 추가 설치해 우리 감시망을 벗어난 뒤 인공섬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중국의 서해공정에 한 마디도 없다. 중국 앞에선 그저 ‘셰셰’만 하고 넘어갈 생각인가”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추후에 이것 가지고 영유권 주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서해 한중 PMZ에 이동식 철골 구조물을 3기 설치했다.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은 서해 중간에 한국과 중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수역의 일부다. 양국 어선이 함께 조업하고 양국 정부가 수산자원을 공동 관리하는 곳이다. 2001년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어업 이외의 활동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지난달 26일 한국 해양 조사선이 점검차 접근하자 이를 물리력으로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관련 사안에 대해 당 차원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