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26일)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가 어떤 결과를 받아드느냐에 따라 대권 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뉴스1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현재의 독주 체제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3심) 판결이 남았고 위증교사와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 다른 재판도 진행 중이지만, ‘이재명 대세론’은 야권 내에서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이 대표는 1심 재판에서 ‘직 상실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반면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으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론 추이에 따라 야권 내에서 ‘후보 교체론’도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항소심에서 피선거권 박탈에 준하는 형을 받으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위 ‘흠결 있는 대선 후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언행과 처신에 달려있지만, 여론이 (이 대표가) ‘버티기’를 한다고 인식할 경우, 그간 지지했던 중도층 표가 빠져나갈 수 있다. 또 당 내에서도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 역시 이를 바탕으로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하며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1일 취임 100일을 맞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대신 ‘이재명 망언집’이라는 책을 공개했다. 그는 “이재명 세력은 우리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 위한 위험한 폭주의 페달을 밟고 있다”며 “결단코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여권 대선 주자들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관련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목적밖에 없다”며 “나라가 혼란스러워도 이재명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또 “이미 전과 4범의 범죄자이자 12개의 범죄 혐의자다. 법적 판단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정계에서 은퇴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대선 관련 논의를 자제하고 헌재 선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날 이 대표 측이 조기 대선에 대비해 경선 캠프를 꾸리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수석 출신인 한병도 박수현 의원의 합류가 내정됐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권혁기 당 대표 정무기획실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지금은 당이 모두 헌재 선고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 개인 캠프 관련 논의는 일체 진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