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당 내부에선 거야의 ‘내란 동조’ 공세에도 끌려다니지 않고 강력한 투쟁력을 발휘하며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조기 대선 상황에 대비한 외연 확장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이후에는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망언집' 이라 적힌 책자를 들고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지속되던 작년 12월 12일 선출됐다. 당시 친윤계 핵심 인사가 원내사령탑을 맡는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의 갈등 상황을 조율하며, 대체적으로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민주당의 입법 독재, 의회 독재를 비판하며 거대 야당의 공세에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취임 후 보름 만에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되는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가 출범했는데, 친윤계의 극렬한 반발에도 자체적으로 ‘계엄 특검법’을 내놓는 강수를 둬서 부정 여론 확산을 차단하고 지지층 결집에 힘을 보탰다. 실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한 달 만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역전되는 성과를 거뒀다.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탄핵 이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원내대표 선출 이후 당이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들, 이 대표와 민주당의 문제점을 적절하게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권 원내대표 스스로도 ‘당내 단결’을 취임 후 성과로 꼽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내대표에 취임했는데 하루하루 버티고 지나온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탄핵보다 당 분열이 더 두렵다고 했다. 약간의 의견 차이는 존재하지만 당이 쪼개지지 않고 노골적인 분열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큰 문제를 대처하는 데 있어서 대다수 의원들이 함께 했다. 그 점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자평한다”고 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에서 18년 만에 국민연금 모수개혁안 합의를 이끈 것도 평가할 만하다. 여당 내부에선 반발이 심했지만 “조금씩 나아가야 할 수밖에 없다”며 합의를 이끌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시 ‘여야 합의 처리’ 문구 삽입 여부 등 걸림돌이 생길 때마다 한발 물러서며 협상의 물꼬를 텄다.

정국 대응에서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권 원내대표는 당내 다수 의원들의 탄핵 반대 장외 투쟁과 거리를 두면서도, 일부 의원들의 강경한 언행은 제재하지 않고 있다.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을 모두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도층까지 우리 당의 지지 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여당으로서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데 역할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권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양쪽(중도층과 지지층)에서 모두 비판을 받고 있는데, (달리 보면) 조기 대선에 대비해 주자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전략이 되려 중도 지지층 이탈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과 제대로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고, 강성 지지층과 과도하게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개인 자격’이라며 면회했고, 구속 취소 직후에도 관저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난 이후 권 원내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탄핵이 인용되면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한편, 조기 대선에 대응해 원내에서 대선 정책 발굴과 홍보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탄핵이 기각 및 각하될 경우, 국정 혼란과 민주당의 추가 탄핵 추진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원내 관계자는 “기각 또는 각하가 될 경우 대통령이 최후 변론에서 밝힌 대로 개헌 등의 과제에 대해 국민 여론을 잘 모으고 용산과 잘 공조하면서 새로운 정치 시대를 열어가는 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인용이 된다면 대선 기간 민생이나 경제 정책에 공백이 없도록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