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1일 여야가 합의 처리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미래 세대에게 더 많은 부담과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전날 여야가 ‘보험료율(내는 돈)13%·소득대체율(받는 돈)43%‘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는데,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구조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임시방편 연금 개혁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재정 부담과 책임을 청년에게 또 떠넘겨 세대 간 문제가 있다”면서 “추가적인 연금 개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또 1200조에 달하는 기금 운용 체제를 바꿔야 한다며 “주식과 채권에만 투자를 하고 있는데, 대체 투자 비율을 늘려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여야 협상이 모수개혁에 그쳤다며 ‘60점 짜리’로 평가했다. 그간 민주당은 연금 개혁 시급성을 감안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우선 하자고 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 안정 등 구조개혁을 동시에 하자고 주장해 공방을 벌여왔다. 다만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조개혁을 논의키로 하고, 모수개혁안만 합의처리한 것이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많이 아쉽다”면서 “여야 간 모처럼 합의를 볼 수 있을 기회인데, 이 때 조금 더 구조적인 얘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정치권이 연금 개혁에 합의한 건 18년 만으로,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4%p 상향하고, 보험료율도 현행 40%에서 3%p 높였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이다. 최근 정치권이 각종 감세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여야 잠룡 중 처음으로 ‘증세’를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28일 여의도 모처에서 이재명 대표와 만나 “필요한 부분에선 증세도 필요하다”며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초고령화 시대와 ‘돌봄 국가 책임 시대’를 만들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과세 유예를 비롯해 상속세·소득세·법인세 등 감세 공약을 쏟아내면서도 구체적 재정 대책은 밝히지 않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