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힘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청년층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긴다는 이유지만, 친한(親한동훈)계는 물론 친윤(親윤석열) 중진 다수가 지도부와 대립했다.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소속 의원 과반이 이탈한 건 이례적이다. 당 연금개혁특위도 해체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지도부와 내부 간극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수영 의원과 소속 위원들은 2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청년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개악을 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한다”며 “내부 의견을 전부 무시하고 지도부끼리 합의한 것에 분노한다”고 했다. 또 “당 지도부가 내용도 모르면서 야당과 합의했다”면서 “민주당과 민노총의 요구안을 전부 다 받아줬다”고 했다.

특히 ▲정부의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자동조정장치’ 도입 관련 국회 연금특위 추후 논의 등에 대해 “민노총이 원하는 대로 했다. 맹탕 (국회) 특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여야는 이러한 조건으로 보험료율(내는 돈) 13%·소득대체율(받는 돈) 43% 개혁안에 합의했다.

실제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내부에선 ‘삭발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당 지도부 결정에 반발하는 집단 행동을 언급했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재 중인 상황에 당 지도부가 협상력을 잃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성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분명히 안 된다고 했고, 대통령이 계셨다면 절대로 안 받았을 조건”이라고 했다.

내부에선 장외투쟁에 적극 나서지 않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연금’ 이슈로 옮겨 붙었다는 해석이 많다. 탄핵반대 장외집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지만, 지도부는 당 차원의 참석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을 고려해서다.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선 강성 지지층과 거리두기가 불가피하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반탄 집회에 안 나오고 뭐 하느냐는 욕설 문자가 쏟아진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성세대 이익만 챙기고 미래세대에게 아픔을 주느냐고 민주당에 사자후를 토했지만 민주당이 완강히 거부했고, 현실적으로 우리 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100% 만족 못했지만 일단 합의했다”면서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게 되면 그때 제대로 된 연금개혁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연금특위 위원은 젊은 세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친한계 목소리도 커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전날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청년의 부담으로 기성세대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SNS에 “청년들이 기성세대보다 더 손해 보면 안 된다. 설령 표 계산에서 유리하더라도 정치가 그러면 안 된다”고 적었다. 본회의에선 박정하·배현진·박정훈·정성국·진종오 의원 등 친한계 의원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