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받는 돈의 비율) 43%에 합의했지만, 실무 협상에서 또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야당 의원이 다수인 연금특위 구성안에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문구를 두고 양당이 충돌해서다. 오는 20일 연금 개혁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를 거란 관측도 있었지만, 특위 구성에 대한 이견이 커 또 다시 줄다리기를 이어갈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공동취재) /뉴스1

1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는 18일 국민연금 등 핵심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당초 17일 회동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행진 일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혀 성사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특위 의사결정 과정에 ‘합의’를 명시하자는 입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수개혁 합의라는 첫걸음을 뗐으니 이제 연금 특위 구성과 구조개혁이라는 두 번째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며 “민주당이 특위 구성에서 ‘합의 처리’라는 최소한의 원칙조차 거부해 논의를 지연하고 있다”고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소득대체율 43%’ 수용을 전제로 제시했던 ▲지급 보장 명문화 ▲군복무 및 출산 크레딧 확대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확대 지원 등을 정부와 충분히 합의할 수 있다면서도 “재정안정화를 위해 특위에서 구조개혁,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간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4%’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14일 이재명 대표 지시에 따라 국민의힘 안(43%)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환영한다”면서도, 특위 인적 구성을 문제 삼았다. 특위 구성 시 여당 6명, 비교섭단체(조국혁신당) 1명을 포함해 야당 7명으로 꾸려져서다.

여당은 추후 연금 재정 등을 논하는 ‘구조개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자동조정장치(기대 수명이나 연금 가입자 수와 연계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한다 해도 최소 10년 이상 후부터 되는 만큼, 연금 재정을 위한 논의는 그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라며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고 민주당이 원하는 모수만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뉴스1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라도 먼저 합의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우선 모수개혁안에 먼저 합의한 뒤, 구조개혁을 점진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대체율에 대해 (원래 민주당 안이었던) 45%, 44%에서 다시 43%까지 국민들의 불만과 저항을 감수하고 양보했다”면서 “국민의힘은 양보해서 합의될 것 같으면 조건을 내세우고, 국정을 마치 어린아이 장난하듯이 하는 거 같다”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의미에서 민주당이 통 크게 양보한 것”이라며 “연금특위에 가서 국민의힘이 합의하지 않고, 민주당이 애초 반대했던 자동조정장치 등을 두고 계속 방해한다면 더 나은 연금개혁이 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