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략산업 국내 생산 기업을 지원하는 세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당초 ‘국내 판매’에만 적용했던 감세 대상을 ‘수출 품목’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디스플레이 등 수출 주력 분야의 요구에 따라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다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와 보조금 철폐 등 통상 문제를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키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책조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 도입 필요성 정책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재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자동차·반도체·철강·화학·방산·수소·배터리 분야 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 좌장을 맡은 기재위 야당 간사 정태호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 차원의 산업 지원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가전략산업 국내생산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 지원을 말했고, 기재위 차원에서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생산 촉진 세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도입을 예고한 제도다. 이후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당 공식 회의에서 입법 계획을 밝혔고, 김태년 의원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전략산업 분야의 재화 생산 기업 중 ▲2035년 12월 31일까지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경우에 한해 ▲생산비용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내용이다.
◇野 “통상 이슈만 해결되면”… 수출품 적용도 고려
재계는 간담회에서 국내생산 촉진 세제 혜택을 수출품목까지 넓혀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전략산업 재화 중 ‘국내생산·국내 판매’ 품목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국내 주력 산업 구조가 수출 집중형인 만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수출품목도 감세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은숙 한국디스플레이협회 본부장은 “기존 투자세액공제로 지원은 받지만, 실질적인 세액공제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국내생산 세액공제 법안에 대해 환영하지만, 디스플레이는 주로 해외를 상대로 영업하기 때문에 수출도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김태년 의원은 “수출품목을 세액공제에 넣지 못한 것은 통상 이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국내 판매로 한정하는 법안을 내놨지만, 국내 기업은 수출량이 많아 수출 품목에도 세액공제를 넣으면 좋긴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해외 판매까지도 적용할 건지 쟁점은 하나 뿐”이라며 “결국 통상 이슈 문제만 해결되면 수출품목에 대한 제한도 필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재계에선 민주당의 세제 지원을 환영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가 국내 기업의 수출품목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면, 오히려 ‘관세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통상 이슈 검토’를 전제로 수출품에 대한 세제 지원도 고려하기로 한 것이다.
◇직접환급제·3자 양도제 도입 추진
한편 민주당은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환급하는 ‘직접환급제’와 ▲미사용 세액공제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급금 제3자 양도제’를 함께 도입할 방침이다. 실제 김 의원이 발의한 조특법 개정안에도 이러한 조항이 담겼다.
김 의원은 “기업들이 세액공제를 즉시 환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들었다”면서 “기왕 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한다면, 환급에 대한 제3자 양도 제도를 도입할. 생각이다. 3년 정도 지나면 직접 환급을 받고, 환급금을 양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재위 핵심 관계자도 “결국 통상 이슈가 관건”이라며 “전략산업군 중 수출 위주 기업이 많으니 통상 이슈를 잘 해결하면서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