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투기 두 대의 오폭으로 민간인이 다치는 초유의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원인 규명에 나선 군 당국이 오는 10일 자세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KF-16 전투기 조종사의 진술 등에 근거해 조종사 좌표 입력 오류라는 초기 조사 결과를 내놨지만, 비행기록 장치나 당시 조종사의 좌표 입력 과정 등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더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 배상 절차도 병행 중인 군은 구체적인 경위 파악이 끝난 후 징계 여부 등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군 당국은 7일 1번기 조종사가 군용 WGS84 경·위도 좌표 체계 15자리 중 위도 좌표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해 사고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전날 오전 10시 4분쯤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중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인근에서 KF-16 전투기 2대는 MK-28 폭탄 8발을 잘못 투하했다. 2번기 조종사는 정확한 좌표를 입력했지만, 1번기가 투하하자 뒤따라 투하했다.

7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의 가정집이 통제되고 있다. /뉴스1

군 당국은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위원장으로 해 대책본부를 꾸렸다.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선 대책본부는 2번기 조종사의 절차 준수 여부 등도 확인하고 있다. 1·2번기의 입력 좌표가 서로 달랐음에도 2번기가 1번기를 따라 잘못된 좌표에 투하했기 때문이다. 공군 관계자는 “지상이나 공중에서 조종사간 어떤 의사소통이 있었는지 진술이나 음성, 비행기록 장치 등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전투기가 계획된 비행경로를 벗어난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전날 훈련에는 두 개 편대로 구성된 5대의 KF-21 전투기가 참여했다. 사고를 낸 두 대 전투기로 구성된 편대는 계획과 다른 경로로 비행했다고 한다. 경로 이탈을 확인했어야 할 관제사의 당시 상황도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군 관계자는 “관제사의 역할과 책임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군은 중간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원인이 규명되면 징계나 문책 등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행(非行)이나 과실의 정도, 고의성 등에 따라 중징계, 경징계로 나뉜다. 훈련 중 오폭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공군 KF-16 전투기에서 비정상적으로 투하된 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이 잡혔다. 군 당국은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좌표입력 실수'라고 밝혔다./MBN 제공

대책본부는 전투기 오폭 사고 피해에 대한 군 배상 문제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공군본부·5군단 법무팀으로 구성된 ‘피해배상 현장대응팀’을 편성해 오늘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피해배상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배상법 등 피해배상 절차와 방법 등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행은 이날 공개한 입장문에서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군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 피해 복구 및 배상 등을 통해 조속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와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