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20일 탄핵 정국 이후 외연 확장을 위해 당 안팎 전문가와 원외 인사로부터 쓴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선 “탄핵 반대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략기획특별위원회 2차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2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국회 부의장인 주호영 의원 등 현역의원 10여명, 중앙대학생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탄핵 정국 대응 어떻게’를 주제로 발제자로 나선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반대’ 이미지 전환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 확보 전략에 힘쓰는 게 과제라고 꼽았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의 주된 의견은 ‘계엄은 잘못됐지만 탄핵에는 반대한다’인 걸로 안다”며 “두 달 동안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적인 주장을 했었다는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탄핵이 인용된 후에는) 어떻게 단시간 내에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시간의 축적의 결과물이다. 축적된 시간만큼의 시간을 들여야만 이미지가 서서히 바뀔 수 있다”며 “국민에 어떻게 할 것지 보여주는 게 과제”라고 했다.

신 교수는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밀려 있다며 “당이 플랜 B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니 역대 7번의 대선 중에서 5차례에서 선거 6개월 전 정당 지지율이 높은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게 나온다”며 “대통령제를 하는 양당제 국가에서는 중도층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국민의힘이 하고 있는 모습이 중도층에게 어필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성 (보수) 지지층은 세상이 쪼개져도 국민의힘을 찍는다”며 “어떤 방법을 통해서, 어떻게 지금의 이미지를 바꿔서 중도층으로부터 좀 더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은식 국민의힘 광주 동남을 당협위원장은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지금 약자다. 좀 더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아젠다는 분명히 있는데 스피커들의 부재가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25만원을 그냥 나눠준다는 것에 맞서서 행정구역 통폐합, 행정수도 일원화, 적자 공항과 공공병원 통폐합 등 아젠다를 강하게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전 대선에선 정광훈 목사부터 진중권 교수까지 하나로 뭉쳤던 대선이었다”며 “이것을 다시 복원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DJP연합에 준하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지지층 복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중도 인사들을 포용하되 보수 우파의 정책은 포기하지 말고 희생해서 하도록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더 유능한 정당, 더 유능한 정책정당, 더 유연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때 국민이 더 큰 지지 보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탄핵 정국에서의 대응 방안, 미래세대를 향해 꿈과 희망을 줘야 하는데 비전과 정책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며 “(지금까지의 방향이) 과연 국민에 어느 정도 소구력 있는지에 대해선 불안하고 궁금했다. 두 분의 지혜를 빌려 당을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