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2차 내란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향후 국회 재표결에서도 1차 때처럼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 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수십억 예산이 소요되는 특검법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표결에서 여당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도 재표결에서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내란 동조세력”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특검법 재발의나 최 권한대행 탄핵 검토 등 조치에는 신중한 기류다.

지난 1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최 대행이 야당 주도로 통과된 2차 내란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책임 있는 판단이자, 민주당의 정치적 목적을 저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내란 특검법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었던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독소 조항을 일부 수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수사 범위가 모호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강행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거부권이 행사된 특검법은 지난달 31일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 폐기된 법안을 민주당이 다시 발의한 것이다. 특검법 표결을 앞두고 야당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과 국민의힘이 자체 발의한 ‘비상계엄 특검법안’을 두고 여야가 협상했으나 민주당은 11개의 수사 대상에서 외환 유치죄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제외해 6개로 대폭 줄이고, 특검 수사 기간과 수사팀 규모도 줄였다. 그러나 ‘별건 수사’가 가능한 조항과 군사비밀 등이 있는 장소까지 압수 수색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은 남기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차 내란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오면서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가 주목된다. 추가 이탈표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여당 내 중론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특검법에 반대할 명분을 마련했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 18일 2차 내란 특검법 표결에서 여당에선 안철수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1차 내란특검법 재표결에서 여권 이탈표는 6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대폭 줄어든 것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경찰 등 수사당국이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 혐의 관계자들을 이미 수사한 데다, 윤 대통령까지 구속기소돼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도 향후 재표결에선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수사가 끝나고 재판을 하는데 무슨 특검인가. 괜히 국민 세금만 몇십억 낭비하는 것”이라며 “재표결에 올라간다면 찬성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번에는 이탈표가 없으리라고 본다”며 “대통령이 이미 기소됐기 때문에 특검법은 필요 없지 않나. 이번에도 부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탈표 단속 계획’에 대해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필요하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최 대행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서도 향후 조치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최 대행을 향해 “내란특검법을 거부함으로써 자신도 내란 가담 또는 동조 세력이라고 자인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미 경고한대로 최상목 대행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다만 특검법 재발의나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줄탄핵과 강경 일변도의 국회 운영으로 당 지지율 정체 등 역풍 조짐이 일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