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광주송정역 2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합니다. 앞에 비켜주세요.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4일 광주송정역 2번 출구로 향하는 통로에서 경찰들이 무전을 주고받던 중 큰 목소리를 냈다. 뉴스로만 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눈앞에 있자 신기하듯이 다가오던 시민 몇몇을 제지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휴대폰으로 자신을 찍는 시민들에게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 광주송정역을 빠져 나갔다.
이날 오전 8시 29분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경찰 경호 인력에 둘러싸여 이동했다. ‘한동훈’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은 없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 영향으로 경호 업무를 서는 경찰들은 모두 검정색 방탄·방검복을 입고 서로 무전을 주고 받으면서 한 위원장을 주변으로부터 경호했다.
한 위원장은 호남 출신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과 김경률·박은식 비대위원과 함께 광주제일고등학교 내 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먼저 참배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섰다. 한 위원장을 에워싼 경호 인력들은 비대위원단과 당직자들이 모두 버스에 안전하게 올라탈 때까지 역 근처에서 경호 업무를 이어갔다.
평소 경찰은 당 대표를 포함해 정치인을 대상으로 별도 경호팀을 운영하지 않는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한해서만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경호 경력이 있는 경찰관들로 구성된 전담 보호팀을 가동해 밀착 경호한다.
이날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한 위원장 주변으로 ‘근접 경호’를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 사건으로 신변보호팀을 근접 배치해 경호 인력을 강화한 것이다. 또 기동대 4개 중대가 모두 동원돼 약 300여명 정도가 경호 인력으로 투입됐다. 지역 내 5개 경찰서에서도 수사·형사·정보과 등 경찰도 모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한 위원장에 대한 경찰 경호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에서 경호 강화와 관련해 문의가 있었으나, 최소화 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송정역에서 내리자마자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았다. 이곳에서 한 위원장은 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둘러보면서 참배를 했다. 그는 방명록에 “2024년에 1929년의 광주 정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1929년 광주 항일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고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 참배 전 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먼저 참배한 것에 대해 “광주가 갖고 있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불의에 항거하는 레거시(Legacy·유산)는 꼭 5·18 민주화운동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도 있었고, 그 점을 충분히 기리고 출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