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22 회계연도 국회 결산안 심사’를 앞두고 정부를 벼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 예산이 현 정부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것을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와 여권에서는 집권 5년 간 국가부채를 404조원 넘게 늘리면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 전임 정부의 사업에 예산을 더 쓰자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회관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27일 ‘결산 심사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30일부터 시작되는 예결위 결산 질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역점사업 가운데 민생과 미래 대비를 위해 필요한 사업들임에도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대규모 불용이 발생한 사업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이 검증을 예고한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은 총 19개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이었던 뉴딜펀드 누적투자집행률이 2021년 35.7%에서 2022년 10.7%로 하락한 것을 들었다. 지난해 경(輕)항공모함 도입 사업 예산과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예산이 불용 처리된 것도 문제 삼았다.

그 외 ▲2019년 ‘상수도 붉은 물 사태’와 관련한 상수도 스마트관 망관리 인프라 구축 사업의 지난해 실집행률 67% ▲고용창출장려금 예산 집행률 69%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예산 집행률 63% ▲청년일자리 창출지원 예산 집행률이 43%에 그친 것도 지적했다.

그러나 저조한 수익률 문제가 불거진 ‘뉴딜 펀드’부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등 문제 소지가 있는 사업의 예산 불용도 따진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특히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을 추가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반면 법무부·검찰청 특수활동비는 ‘불투명한 집행’을 이유로 삭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의원은 “올해 지역화폐 예산이 잘 쓰였다면 내년 예산에도 쓸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결산 때 지역화폐가 얼마나 잘 쓰였는지 확인‧증명하겠다”고 했다. 또 올해 예상되는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민생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에서 열린 '2023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여당인 국민의힘은 결산 과정에서 ‘국가채무’와 ‘건전 재정’에 무게를 두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1067조7000억원으로 5년 사이 400조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11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과 확연히 대비되는 정책을 펴는 중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추경 요구에는 “이전 정부처럼 한 해에도 몇 차례나 추경하고 지출을 18~19%씩 늘리는 건 정상이 아니다”라며 “(전임 정부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핵심 사안마다 직접 목소리를 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정치권으로부터 ‘잊힐 권리’를 요구했지만, 현재 여야 간 쟁점이 큰 이슈에 대해 잇따라 입장을 밝히는 중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방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육군사관학교 내 세워진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데 대해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 우리 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건가.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이보다 사흘 전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SNS에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준비 부족 논란을 거론하며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현실 정치에서 멀어지고 싶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행보다.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리더십 부재에 직면한 민주당 내부에선 문 전 대통령이 이미 비명계의 ‘총선 구심점’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문재인 정부 사업 예산 집행률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