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기업의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정부안(조특법)’이 제출된 지 한 달여 만인 14일 논의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세제지원안을 최우선 법률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대기업 특혜’라는 이유로 반대해 이날 처리는 무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와 조세소위원회를 연달아 열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심사에 돌입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로 법안 최종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조세소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 부분에 대해 오늘 아주 심도있게 논의를 많이 했다”면서도 “최종 의결에는 가질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15일 (여야 간사가) 서로 합의해서 조세소위 일정이 잡히면 반도체 관련된 사안들도 논의하도록 하겠다”며 “추가 일정이 잡히는 대로 (반도체 세제지원을 포함해) 조특법을 하나로 의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야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 세액 공제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 취지 자체는 공감했다”며 “반대하는 의원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이 법안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있어서 대체적으로 그런 의견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늘 구체적으로 몇 퍼센트의 (세액공제율이 적절한지)는 나오진 않았다”며 “3조5000~6000억원 정도의 대규모 감세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계속 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조특법에 대해 “(의원들이)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불과 얼마 전에 부수법안과 같이 처리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조특법에서 제시한 세액공제율이) 8%였는데 윤석열 대통령 한마디로 금방 또 금액이 커졌으니 이러면 전략보다 일시가 금액 더 커지게 된다”며 감세분에 대한 세수 확보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야 간사는 오는 15일 다시 만나 조특법 정부안 논의를 위한 조세소위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재벌 특혜’라는 반대 의견이 거센 만큼 오는 24일 열리는 본회의 처리 여부는 요원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조특법을 대기업의 법인세 감면을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조특법이 투자를 촉진한다는 법안 제도 취지는 좋지만 사실상 매출의 90%를 내고 있는 삼성·SK하이닉스 등에 대한 특혜 법인세 감면 법안”이라며 “이런 법안을 내면서 세제 법안 통과 당시에 했던 말씀과 다르게 하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국민에게 사과를 안 하는 것도 정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또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한 달 만에 정부가 다시 수정하려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가 많은 법안을 제출했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이번 조특법 추가 제출은 조세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9일 조세특례제한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안은 반도체 관련 시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설비 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투자금액의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투자금액의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전 3년 동안 연평균 투자금액을 초과해 투자하는 경우에는 올해까지만 10%의 추가 공제해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누더기 K칩스법’에 대해 “반도체 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직접 불만을 토로하며 정부의 추가지원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