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장동 모델’로 불리는 공공 50%+1주, 민간 50%-1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 주도의 도시개발 모델 근거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011년 발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원주민 수탈과 다름 없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합법성을 더해주면서 이재명 시장의 대장동 개발에 날개가 달렸다”고 주장했다.

최규성 전 의원/조선DB

김 의원이 언급한 법안은 국토해양위원회 민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최규성 전 민주당 의원이 2011년 10월 대표발의한 도시개발법 개정안이다. 강창일, 김춘진, 노영민, 박기춘, 백재현, 오제세, 유선호, 이찬열, 조배숙 등 18대 국회의원들도 법안의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대장동 사업을 담당한 성남의뜰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 화천대유 등 민간이 50%-1주를 출자하는 구조가 가능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법안의 발의자인 최규성 의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소관 상임위 간사이면서 법안심사 실권을 갖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소수 야당은 정부여당처럼 적극적인 정책입안의 권한은 없지만, 반대 권한은 막강하다. 이 때문에 순조로운 입법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야당 의원 명의로 법안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야당 의원 중에서도 실질적인 법안심사 회의를 주도하는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겸하는 간사는 가장 영향력이 크다.

김은혜 의원은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최규성 전 의원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21일 국토부 국감 질의에서도 최 전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전 의원은 2019년 2~8월 전북 군산시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 교체 사업 과정에서 입찰 참가업체 두 곳을 상대로 각각 사업 수주를 약속하고 업체로부터 담당 공무원 청탁 비용 등을 이유로 6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등), 농어촌공사 사장 재임기인 2018년 5~9월 전기설비업체 운영자 4명에게 농어촌공사 저수지 태양광 시설 공사 수주와 관련해 2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야권에서는 개정된 법령이 시행되기도 전에 성남시가 이 제도를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도 의심하고 있다. 이 법은 2012년 7월 18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이보다 앞선 2012년 6월 27일, 취임 2주년 기념식에서 민간자본을 유치해 대장동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의원은 국토위 국감에서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이같은 사실을 언급한 뒤 “앞으로 공공개발이익은 공공이 환수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개발법상 민관 결합 방식 개발에서는 민간 이익에 캡(상한선)을 씌워야 되는 법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노 장관은 “공공, 민간, 민관공동 동시개발 사업의 개발이익이 과도하게 귀속되지 않게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규성 발의 도시개발법 주요 내용은...”민간의 도시개발 진입규제 완화”

최 전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2011년 10월 발의한 도시개발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 자격에 지자체나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설립된 지방공사 등이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출자에 참여해 설립한 법인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법인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법안 통과 후 개정된 도시개발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지자체나 지방공사 등이 50%이상을 출자한 법인이라고 정했다.

발의자들은 법안에서 제안 이유를 “민간의 도시개발 진입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이들의 다양한 개발역량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경쟁력 있는 도시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에 상호협력적인 도시개발 체계를 구축하여 도시개발사업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2011년 10월 25일 발의됐고, 같은해 12월 2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은 이듬해 7월 18일부터다.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걸린 두 달은 대선을 한 해 앞두고 여야간 갈등이 첨예했던 당시 정국에서 이례적인 속도다. 다만, 18대 국회 당시 다수당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 이 때문에 이 법안을 민주당만의 작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