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임대주택도 필요하지만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를 풀어야한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을 다 막아버리니 신혼집조차 구하기가 몹시 어렵다고 한다.”
90년생으로 당 지도부에 선출된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을 지난 17일 국회에서 만났다. 주변에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신혼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던 김 최고위원은 정부의 임대 주택 중심 청년 주거 정책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정부의 문제는 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죄악시 하는 것”이라며 “내가 코인으로 돈을 벌든, 노동으로 돈을 벌든 돈을 벌어 집을 사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가 내 집을 사고 내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데 정부는 그 자체를 죄악시해 대출도 못 받게 한다”고 했다.
그는 임대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나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해서는 “소득분위가 낮은 청년들이 잠시 동안 계층을 올라가기 위해 머무는 발판으로서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와 별개로 ‘주거 사다리’ 복원의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수락 연설에서 “저 김용태부터 586세대의 위선에 제대로 맞서 싸우겠다”고 한 김 최고위원은 ‘조국 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올림픽 남북 공동 출전’ 등의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 지도부에서 2030세대가 느끼는 불공정과 자신의 전공인 환경 문제 등을 이야기하며 “당의 지지층 스펙트럼을 넓혀 안정적인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젊은 나이로 제1야당의 지도부가 됐다. 정치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부터 공동체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다 중학교 시절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이 쓴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고 정치에 대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책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들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저도 그렇게 소신을 지키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막상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보니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행동이 정말 어려운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런데도 그런 정치를 하고 싶다.”
─수락 연설에서 환경을 이야기했는데 이유가 무엇이며, 앞으로 최고위원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할 생각인가.
“전공이 에너지환경정책기술학이다 보니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후 변화의 위험성이다. 기후 변화는 되게 위험한 것인데 사람들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표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2050년이 되면 코로나만큼이나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공동체를 지키고 인류를 지키는 것이라고 느꼈다. 앞서 공동체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한 것이 어찌 보면 정치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데, 정치권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인 것 같다.”
─당의 지도부로서 환경 말고는 어떤 의제들을 던질 생각인가.
“청년최고위원으로서 2030세대를 대변할 것이다. 지금 2030세대는 불공정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586 운동권 세대가 돈과 권력을 독점하다가 자녀에게 세습하는 것들을 보면서 굉장한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정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공정한 운동장을 조성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대로 2030세대에 있어 공정은 큰 가치인 것 같은데 2030이 생각하는 공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586세대와 지금 2030이 생각하는 공정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선(善)이 있었고 그것이 공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586 운동권 세대는 올림픽 남북 공동 참가가 당연하다고 봤지만, 우리는 출전을 위해 피땀 흘린 우리 선수들의 권리가 침해된다며 불공정하다고 봤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에도 그들은 더불어 사는 것이 좋은 게 아니냐고 했지만, 우리는 열심히 공부해서 어렵사리 공사에 들어갔는데 시험도 안 본 비정규직이 나와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정규직이 된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차별감과 불공정을 느꼈다.
‘조국 사태’만 해도 그렇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인 조민씨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같은 입시 부정 의혹을 받는데 문재인 정권이 정유라씨에 대해 들이댄 잣대는 달랐다. 정유라씨는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여론을 조성해 입학 취소를 내린 반면, 조민씨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그 결과에 따라 입학 취소 여부를 답하겠다고 하지 않냐. 이런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2030세대의 공정은 ‘잣대는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락 연설에서 ‘저 김용태부터 586의 위선에 제대로 맞서겠다’고 했는데, 전략이 있다면 무엇일까.
“사회 전반에 있는 586세대의 문제점들을 꼬집는 것이다. 조국 사태를 비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특히 부동산 문제를 비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는데도 청와대 참모들은 2주택자에, 심지어는 집을 팔기 싫어 참모 직을 내려 놓지 않았냐. 이런 것들을 꼬집는 게 중요하다.”
─주거 문제 이야기가 나와서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해 묻자면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정책의 많은 부분은 임대에 치중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청년들에게는 ‘주거 사다리 회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보는가.
“임대 주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득분위가 낮은 청년들이 잠시 동안 계층을 올라가기 위해 머무는 발판으로서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가 내 집을 사고, 내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 정부의 문제는 내 집을 사려는 욕구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이다. 내가 코인으로 돈을 벌든, 노동으로 돈을 벌든 돈을 벌어 집을 사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 그런데도 정부는 집을 사려는 것 자체를 죄악시해 대출도 못 받게 한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정부가 내 집을 마련하는 데 쓰이는 대출을 다 막아버리니 신혼집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고들 한다. 이런 대출 규제를 완화해서 신혼 부부에 한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묻는다. 이준석 대표도 받은 질문인데 여자친구는 있나.
“없다. 이준석 대표는 있다는데 저는 연애한 지도 4년이 넘었다.”
─환경 이야기로 돌아가면 수락연설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탈원전이 아닌 탈석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정부가 탈원전을하는 이유는 안전성이다 그런데 기후 변화와 안전성은 다른 문제다. 기후 변화에 초점을 둔다면 정부가 하는 태양광 보급도 많이 해야겠지만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발전 비중에 있어서 LNG와 원전, 석탄이 큰 덩어리를 차지하고, LNG와 원전 구성비가 65%가량 된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소를 아무리 많이 설치해도 6% 정도 밖엔 안 된다. 정부는 지금 탈석탄과 탈원전을 같이 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우선은 LNG와 원전은 유지하되 석탄을 줄여가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또 우리 당이 태양광 발전을 안 좋아한다는 이미지도 있는데, 태양광 발전은 주 에너지원으로는 쓸 수 없지만 보조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에너지 빈국이라 발전을 위한 원료를 다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또 전기값이 없어 여름에 에어컨 못 틀고, 겨울에 히터를 못 트는 분들을 위한 에너지 복지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에너지와 환경 이슈는 더불어민주당이 선점한 의제라는 느낌이 든다, 국민의힘이 이러한 이슈를 의제로 가져올 전략이 무엇인가.
“사실 환경과 경제발전은 상충하는 면이 있다. 경제성장에 몰두하다 보면 규제를 풀어야 하고 환경을 지키지 못할 수 있는데, 과거 우리 당이 산업화 시대에서 경제성장에 몰두하다 보니 그런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가치라면, 환경을 지키자는 것도 보수의 입장이 돼야 한다. 헌법 35조에는 ‘인간은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 살 수 있다'고 환경권이 명시돼있기도 하다. 진정한 보수라면 적극적으로 인간의 쾌적할 권리와 연관해 환경을 지켜야 한다.
또 안보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하고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도 안보 관점에서 기후 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 전쟁 당시 기후 변화를 적으로 명시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북한만이 주적이 아니라 기후 변화도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명시한 것이다. 그래서 저는 기후 변화 대응을 환경부·기획재정부·국무조정실에서 할 게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준석 대표와 청년 할당제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이 대표는 ‘폐지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다’며 폐지를 주장했는데 김 최고는 ‘청년 할당제 확대’를 주장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 대표와는 결이 다르다. 이 대표는 할당제를 폐지해야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오히려 그것이 청년에게 혜택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최소한의 것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30이 능력주의를 선호하고 개인이 노력해 성취하는 구조를 선호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출발 선상을 동일하게 놓는다고 해서 결과까지 공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이나 성별, 소득수준에 따라 조금씩 격차가 벌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낙오되는 분들에 대한 구제책도 필요하다.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 할당제라고 생각한다. 할당제가 남발되는 것이 문제이지, 적재적소에 들어간다면 여성 할당제든 청년 할당제든 능력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대표를 설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결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당 대표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청년 목소리를 키우겠다며 ‘청년의힘’을 만들었지만 아직 당헌·당규에는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초기 청년의힘 구성에 제가 관여하지 않아서 이제 막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청년의힘에 대해 당내 의견을 모아보자는 이야기가 있다. 청년의힘을 당헌·당규에 못 받아서 당내 당 형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없는 조직이다 보니 없애고 갈 것인지 구성원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내달까지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다.
또 당내 청년들끼리도 바른정당계냐 자유한국당계냐 미래통합당 창당 시기에 들어온 사람들이냐를 갖고도 논란이 있다. 당내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통합해 청년의힘이냐 당헌·당규상 존재하는 중앙청년위원회냐를 떠나 하나로 통합하는 게 중요하고 그런 기구가 필요하다.”
─이준석 돌풍으로 가려져 있긴 하지만 청년 정치인들이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청년 정치의 의미에 대해서도 회의감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경험과 경륜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선배들이 경험과 경륜을 강조했다. 그런데 그것을 지켜보니 결국 선배들이 말한 경험과 경륜은 ‘구태정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85년생 당 대표 후보가 1위를 하고 있으니 계파로 낙인 찍고, 네거티브를 펼치며 깎아 내리려고만 들었다. 이런 것들이 선배들이 말하는 경륜이라면 과감히 받지 않겠다.
그동안 기성정치가 청년을 동원의 대상으로만 삼다 보니 청년 정치가 발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경쟁할 토대를 만들어주면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김영삼 전 대통령도 젊은 시절 정치를 시작했고, 유럽의 여러 나라를 보면 젊었을 때부터 경력을 쌓을 수 있기에 지도자들의 나이도 젊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경험이 모자라다는 식의 시각에 가려져서 그렇지 청년들도 전반에 나설 능력이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은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나 광운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그린스쿨대학원에서 에너지환경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환경 문제는 진보 진영의 의제라고 여겨지지만 환경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보수정당이 등한시 했던 기후 변화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선거를 두 번 치렀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송파구 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고, 21대 총선에서는 당의 험지로 꼽히는 경기 광명을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받아 출마해 2위로 낙선했다.
김 최고위원은 2018년 바른정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새로운보수당의 공동대표 등을 지내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 대통합으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이 만들어지며 국민의힘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