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25일 오후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이천리 일대 야산에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영남권 초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가운데, 올해 산불 등 재난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재원 여력이 빠듯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야당에서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를 감액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상황 속에서 제주항공 무안 참사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2022년 역대 두 번째 규모로 발생한 산불보다도 이번 산불 사태의 인적·물적 피해가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야 간 대립으로 협의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산불과 같은 재난·재해 대응에 쓸 수 있는 예산은 약 6000억원이 넘는다. 산림청이 1000억원, 행정안전부가 1168억원, 기획재정부가 4000억원가량의 예산을 가지고 있다.

올해 행안부의 재난대책비 예산은 36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등 사태를 지원하는 데 이미 2432억원을 집행했다. 정부는 우선 산림청과 행안부의 예산을 최대한 집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보다 더 큰 복구비가 필요한 경우 예비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예비비는 정부 원안 대비 50% 감액된 2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그중 재해·재난 등에 활용되는 ‘목적 예비비’는 1조6000억원으로, 원안에서 약 1조원 삭감된 상태다. 민주당이 내건 부대조건에 따라 고교 무상교육과 5세 무상교육에 목적 예비비가 우선 배정돼, 재난에 투입될 수 있는 예산은 약 4000억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직 개편 등에도 목적 예비비가 활용된다”며 “현재까지 목적 예비비를 자잘하게 사용하긴 했어도, 1000억원 이상 크게 사용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안에서 1조4000억원 삭감돼 8000억원으로 편성된 일반 예비비도 재난 대응에 일부 사용될 수 있지만, 주로 안보 관련으로 사용되는 예산인 만큼 여력이 많지 않다는 것이 기재부 측 설명이다.

이번 산불은 지난 21일 경남 산청, 경북 의성 등 경상권에서 발생해 빠르게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산불영향구역 내에 있는 영역은 1만7534헥타르(㏊)에 달한다. 전날 오전 9시까지만 해도 약 1만4695ha였던 피해면적이 하루 만에 약 2000ha 늘어난 것이다.

대규모 산불은 2022년 3월 경북·강원에서도 발생했었다. 산불 피해면적이 2만523ha로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당시 정부는 4170억원의 복구비를 집행했다.

문제는 최근 발생한 산불이 2022년보다 화재 면적은 적어도, 인적·물적 피해가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산불로 18명의 사망자와 2만707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공장·사찰·문화재 등 209곳이 피해를 입은 상태다.

2022년에는 인명 피해가 없었고 이재민은 587명이었으며, 피해를 입은 공장 등 건물은 59곳이었다. 2022년보다 큰 복구비 집행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재원은 6000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올해 남은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예산 당국의 판단이다.

중대본은 진화 작업을 마친 뒤에야 정확한 피해액과 복구비 추산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조속히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추경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다”며 “지난해 민주당이 삭감한 재난 대응 예비비 2조원을 이번 추경에 포함해 국민 안전망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예비비를 ‘쌈짓돈’처럼 마구잡이로 쓰지 못하게 막았더니, 여당이 마치 이번 산불 확산과 관련된 양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추경에 예비비 등이 담기기 위해 여야정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열려야 하지만, 이조차도 불투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정이 국정협의회를 열어서 합의가 돼야만 추경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현재는 협의회가 언제 열릴지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