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 환율이 지난 24일 2014년 원·위안 직거래 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202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미국과의 갈등 및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원·위안 환율, 202.41에 마감… 직거래 이후 최고
2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4일 원·위안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71원 상승한 202.41원에 마감했다. 이는 2014년 12월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문을 연 이후 최고치다. 종전 최고치는 2022년 10월 6일(201.52원)이었다. 당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원·위안 환율도 급등한 바 있다.
원·위안 환율은 작년 12월 27일(200.19원) 200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한때 20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 다시 200원을 넘어서면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3월 들어서는 4거래일(4일, 7일, 10일, 19일)을 제외하고 모두 200원을 넘기는 등 고(高)환율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이례적인 것은 위안화가 역사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내수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성장률은 1년 전(7.2%)의 절반에 불과한 3.5%에 그치면서 위안화 절하 압력을 키웠다. 올해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중국산 수입품에 20%의 추가관세를 발동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더욱 하락했다.
실제로 달러·위안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둔 지난 1월 7.33위안을 넘기면서 2023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과거 달러·위안 환율이 7.30위안을 넘긴 것은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2008년 7월 이후 단 두 차례(2022년 10월, 2023년 9월)에 불과하다. 2022년 10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2023년 9월에는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서는 7.25위안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인 작년 11월 초(7.17위안대)보다 높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는 중국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 우려와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에 연동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원화는 그보다도 더 약세를 보이면서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美 상호관세·中 제조업 부상에… 원화 하방압력↑
외환시장에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위안화보다도 원화 가치가 더욱 떨어진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의 관세 정책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우방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중국 제조업의 부상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 정책을 추진하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우주항공 ▲반도체 ▲해양기술 ▲신소재 등 산업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까지 자체 생산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이는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던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줘 원화 가치를 하락시켰다.
세 번째로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심화가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 및 조기 대선 가능성 등으로 인해 국내 정치가 불안정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70원이라면 30원 정도는 정치 리스크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는 글로벌 통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인 반면 원화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세 이슈가 겹치면서 더욱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보통신(IT) 등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부족하고 인구 감소로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는 점도 원화 약세의 원인”이라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위안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중국에 완전히 밀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빠른 편성과 첨단산업 육성 정책 등 내수부진 우려를 불식시키는 공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