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3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기 전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전망이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토허제 해제로 매수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금리 하락 기대감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르면서 매수 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3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달보다 6포인트(p) 오른 105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을 웃돌면 1년 뒤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다.
주택가격 전망은 작년 4월부터 100을 상회하면서 빠르게 상승하다가 9월(119)에는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0월부터 하락 반전해 지난달에는 99까지 내려갔으나, 이달 다시 상승하면서 기준선을 넘어섰다. 상승 폭 기준으로는 작년 7월(+7p·115) 이후 최대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토허제 대상에서 제외한 영향이 컸다. 이혜정 한은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주택가격전망은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면서 “토허제 해제로 2월 아파트 매매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 집값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24일 강남3구가 다시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향후 전망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팀장은 “지난 24일부터 토허제가 재지정됐고,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도 나온 만큼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주택가격전망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다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금리 하락 기대감도 크게 높아졌다. 3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전달보다 7p 하락한 92로 집계됐다. 낙폭은 2023년 12월(-12p·107) 이후 최대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6개월 뒤 금리 수준이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은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시중은행 가산금리 인하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됐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1.8p 내린 93.4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는 올해 1월(+3p·91.2)과 2월(+4p·95.2) 연속 상승하다가 3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향후 1년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2.7%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됐으나 생활물가 상승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3년 후 및 5년 후 물가 전망에 대한 기대인플레이션은 각각 2.6%로, 전월과 같았다.
이 팀장은 “올해 1~2월에는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듯했으나, 3월 들어 다시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도 커져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