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직무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대대행’으로 국정을 총괄하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본연의 역할로 돌아오게 됐다. 그러나 야당에서 최 부총리의 탄핵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어 경제 사령탑이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문이 송달되는 시점부터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작년 12월 27일 국회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87일 만이다. 한 권한대행의 복귀와 동시에 최상목 부총리도 본래의 직위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돌아왔다.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정부서울청사에서 별도의 티타임을 갖고 한 권한대행 부재 기간 추진한 주요 업무를 비롯해 국정 현안을 인수인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총리의 권한대행 업무를 보좌하기 위해 꾸려진 ‘권한대행 업무지원단’도 이날부로 해산할 예정이다. 타 부처와 기관에서 파견을 온 직원들은 원래 소속으로 복귀하고, 기재부 인사로 겸직 발령이 났던 관료는 겸직을 해제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 권한대행을 대신해 국정을 총괄한 최 부총리는 그동안 ‘대행의 대행’으로서 국무회의와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대외경제현안간담회,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등을 주재했다. 경제부총리로서 정통한 경제 분야 이슈를 넘어서 외교와 안보, 사회 분야 등 국정 전반을 총괄했다.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거부하며 탄핵 소추되자, 국정 총괄 책임자로서 여야에서 추천한 1명씩 2명을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만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임명을 유예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권한대행 임기 동안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처리 등을 지휘했다. 지난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 양의 빈소를 직접 찾아가 조문하기도 했다.
기재부 내부에선 최 부총리가 원대복귀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위기를 타개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는 다음달로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코리아 세일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하는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 의결이다. 민주당은 이날 헌재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기각 5인 의견)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은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언제나 (최 부총리에 대해) 탄핵 (입장)”이라며 “국회 절차에 의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경제 위기 속 무리한 탄핵 소추라는 비판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한국 경제에 대한 탄핵”이라며 “민생경제를 탄핵하는 최악의 행태”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헌법재판관 미임명 ▲내란 사태 공범 혐의 ▲대법관 미임명 ▲상설특검 후보자 미추천 등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과 사유가 거의 동일한 최 부총리 탄핵 소추안을 야당이 밀어붙일지 주목하고 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의 탄핵심판이 기각됐으니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탄핵 소추가 진행될 경우 동일한 결정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탄핵 인용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탄핵 소추를 강행한다면 (야당은) ‘경제 위기 속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만약 부총리가 (탄핵 소추에 따른 직무 정지로) 부재할 경우, 차관이 직무 대행을 맡게 된다”면서 “그동안 부총리가 주재했던 회의는 차관이 주재하게 될텐데, 부총리가 주재하던 장관급 회의를 차관이 주재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장관급 회의가 차관급으로 강등이 되면,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