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의 경제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비상계엄 직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 소비심리가 더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3월 1~16일 NSI 87.77… 작년 12월 이후 최저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1월(99.32)과 2월(99.85) 연속 100에 근접했던 뉴스심리지수(NSI)는 이달(1~16일) 87.77로 급락했다. 이는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85.75) 이후 최저치다.
NSI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약 50개 언론사의 기사를 분석해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추정하는 지표다. 100 미만이면 사회에 부정적 심리가, 이상이면 긍정적 심리가 더 우세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NSI를 공개하고 있다.
NSI가 중요한 것은 소비자 및 기업심리의 선행지표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NSI가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동향지수(CSI)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보다 한 달 가량 앞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소비지출전망·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된다. CCSI는 지난달 정국 안정 기대감에 4포인트 오른 95.2를 기록하며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인 바 있다.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BSI 역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BSI는 지난해 12월 62에서 1월 63, 2월 65로 올랐지만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BSI는 기업들의 주문량과 생산량, 재고 수준, 수출입, 고용 현황 등을 토대로 기업들이 현재 경기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 홈플러스 사태·美 관세 영향… “대책 마련 시급”
한은은 NSI 하락의 배경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관련해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보도된 것이 NSI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NSI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부터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간 한국이 대표적인 무역 적자국으로 지목돼 온 만큼, 한국도 상호관세의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최근 불거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도 우려를 낳고 있다. 이달 미국 경제매체 CNBC가 전문가 3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36%로 예측됐다. 지난 1월 조사(23%) 보다 크게 높아졌다. 미국 경제가 부진할 경우 한국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돼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수 침체에 우려하며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을 가급적 빨리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위축된 내수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관세정책과 국내 정국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추경 등 재정정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