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DALL-E'를 통해 만든 이미지. 'AI 챗봇을 이용해 상담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줘'라고 입력하자 위와 같은 이미지가 도출됐다. /DALL-E 제공

기획재정부가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외부 AI 검색 엔진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 우려를 해소하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행정안전부가 구축 중인 전 부처가 활용할 수 있는 ‘범용 AI 시스템’과 유사한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복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달 초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정보화 전략 계획(ISP) 수립 작업을 시작했다. ISP는 정보 시스템 구축 전 단계에서 수행되는 사전 기획 과정으로, 시스템 구축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오는 9월 ISP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개발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데이터 플랫폼에는 기재부 내 자료를 학습한 생성형 AI 시스템이 적용된다. 챗GPT와 같은 AI 검색 엔진의 역할을 하게 된다. 단순·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자동화해 실무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법이나 예산·재정 등과 관련한 유권해석 민원이 들어오면, AI 시스템은 기재부 내에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유권해석 초안을 대신 작성 해준다. 국회의 정책 질의나 예산 집행 관련 질문이 들어올 경우에도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 담당자의 답변 작성을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는 AI 도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각 실국에 기대 사용 사례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조만간 사례들을 취합한 뒤, 모범 사례를 선별해 ISP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 최초로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며 AI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번역, 자료 검색 등 업무에 챗GPT나 퍼플렉시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유료 라이센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가 외부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다. 기밀정보 유출 등 보안사고를 막기 위해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완전히 분리하는 ‘망분리 원칙’ 때문이다. 기재부는 AI 모델에 파일 첨부를 못하게 하고 다수 금지어를 설정해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AI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진 못한다.

새로 만드는 데이터 플랫폼은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보안 문제가 없다. 더 넓은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업무 효율성도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재부는 다른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공유 기능도 자동화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구축 협력 대상으로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 선정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네이버 등 국내에서 생성형 AI 모델을 상용화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구축을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재부의 데이터 플랫폼이 행안부가 지난해부터 구축 작업을 시작한 ‘범용 AI 플랫폼’과 유사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 부처 간 중복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데이터 플랫폼을 범용 AI 플랫폼과 호환되도록 만들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범용 AI 플랫폼에도 각 부처가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며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 특수부처를 제외한 공통 AI 기반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