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1월에 이은 2회 연속 동결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당분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지켜보며 숨고르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 연준, 기준금리 연 4.25~4.50%로 2연속 동결
연준은 19일(현지 시각)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렸던 1월 FOMC에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묶어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나라와의 금리차는 1.75%포인트(금리 상단 기준, 한국 2.75%)로 유지됐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점도표(dot plot·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취합한 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3.9%로 제시했다. 한 번에 0.25%포인트(p)씩 내린다고 가정할 때 연말까지 2번의 금리 인하를 시사한 셈이다. 이는 작년 12월 전망을 유지한 것이다.
금리 동결 배경에는 경기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무역정책 변화에 따른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크다”면서 “정책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직전 회의에서 FOMC가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공개된 경제전망예측(SEP) 자료에서도 신중한 기조가 엿보인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2.5%에서 2.7%로 높였다. 고용지표인 연말 실업률 예측치는 4.3%에서 4.4%로 소폭 상향했다.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경계감이 다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2차례 금리 인하를 유지했지만 분포는 다소 바뀌었다”면서 “전망의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평가를 볼 때 스테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감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UBS는 “이번 경제전망에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점도표상 분포가 이전에 비해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바뀐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BNP는 “연준 위원들은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높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방 위험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 한은 금리인하, 4월은 건너뛸듯… “환율·가계부채 변동성 주시”
연준이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낮추면서 3년2개월만에 긴축기조를 종료한 바 있다. 이후에도 작년 11월과 올해 2월 추가 인하를 실시해 기준금리를 2.75%대로 낮췄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한은이 2월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가 나온다.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국 불안과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145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환율이 145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치솟는 가계부채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늘면서 2021년 2월(+9조7000억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전월 대비 5조원 증가하면서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집값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날 조짐이 보이면서 가계부채가 불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장용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19일 한은 별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은의 금융안정 목표 측면에서 최근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세를 상당히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환율 역시 달러인덱스(DXY) 하락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걱정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추가 인하 시점을 5월이나 7월로 예상하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번 금통위에서도 위원 대부분은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대외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우려했다”면서 “한은은 4월에 부과되는 미국의 상호관세 효과를 지켜본 뒤 5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7월로 보고 있다”면서 “환율이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집값도 올라 가계부채를 자극하고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와 미국의 관세정책 추진, 중동·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대외 리스크 요인이 국내 정치·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