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납입한도를 높이고,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하는 법 개정을 재추진한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최근 민주당 내에서도 한도를 높이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선 국면에서 투자자 표심을 견인할 거라고 봐서다. 그러나 정책위원회 차원에선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처럼 이재명 대표 결정에 따라 기조를 전환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 정부 재추진 속 野 의원도 법안 발의
1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 직속기구 민주당 월급방위대 간사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ISA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대표발의를 준비 중이다. 정부가 추진해온대로 ISA 납입·비과세 한도를 상향하되, 비과세 혜택 유형에 ‘청년형’과 ‘신혼부부형’을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청년형은 직전 연도 근로소득이 있는 15세 이상~34세 이하에 비과세 한도 1000만원을 적용한다. 신혼부부형은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를 대상으로, 계좌를 개설한 부부에 각 800만원씩 총 1600만원의 비과세 한도를 신설했다.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1자녀는 부부 각 900만원씩, 2자녀는 부부 각 1000만원씩 비과세 한도 적용을 받는다.
그 외 내용은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 방향’과 같다.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두 배 올린다. 5년 간 총 납입 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난다. 그 외 비과세 한도를 ▲일반형 200만→500만원 ▲서민·농어민형 400만→1000만원으로 높이는 것도 동일하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도 최근 비과세 한도 확대를 골자로 한 조특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골자는 ▲3년 넘게 보유한 ISA 계좌에 한해 ▲1년에 100만원씩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내 금투세 논쟁 당시 ‘폐지’를 공개 주장했었다. 당은 이 대표에 결정권을 위임했고, 결국 기존 당론과 달리 금투세 폐지로 선회했다.
◇“국내증시 부양”…금융소득종합과세자도 가입 可
정부가 ISA 혜택 확대를 재추진하는 건 ‘국내 증시 부양’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이 보유한 외화증권 잔액은 2022년 말 767억달러에서 2023년 말 1042억달러, 지난해 말 1587억달러로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올해 1월 ISA 가입자 수는 596만명으로, 지난해 12월 가입자 수(598만명)보다 감소했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ISA 선호도 역시 줄었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런 조치가 국민 자산증식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투자형 ISA 신설을 추진키로 했다. 국내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목적이다. 정책이 시행되면, 기존에 ISA 가입이 불가했던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도 국내투자형 ISA에는 가입할 수 있다.
◇ 野 정책위 반대해도… “李가 결정하면 가는 것"
관건은 민주당 내부 분위기다.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는 “개별 의원 차원의 입법”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당초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ISA 한도 확대를 검토했는데, 지난해 11월 이 대표 결정으로 금투세를 폐지했으니 감세 혜택을 더 늘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조특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한도 상향의 혜택이 결국 ‘저축 여력 있는’ 고소득자에만 집중된다는 것이다. 투자금액이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을 경우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고, 세수 감소 대응책조차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ISA 비과세 한도 상향은 금투세와 연동돼 있었다”며 “일부 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은 당론과 무관한 개인적 입법 활동”이라고 했다. 민주당 기재위 관계자도 “이미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도 안 하는 마당에, 종합금융소득과세자까지 ISA로 절세 혜택을 주는 데 동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치권의 눈은 ‘이재명의 입’을 향하고 있다.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소득 과세 유예 등 기존 당론을 뒤집는 결정을 잇따라 발표한 바 있어서다. 진보진영의 성역이었던 ‘상속세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기재위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청년 특화형 ISA는 결국 2030 표를 얻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들이 많아도 당 대표가 결정하면 결국 고(GO) 하는 것”이라고 했다.